디지털통신과 오류정정부호 이야기

송홍엽 (부교수, 소속: 공과대학 전기전자전공, 세부전공: 통신이론/부호이론) 2001년

라디오 방송국에서 음성을 전송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처리과정을 겪습니다. 첫째는 음성을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과정이고 둘째는 이를 변조하는 과정이고 셋째는 그 결과를 안테나에 적합한 전자파 (Electromagnetic Waveform) 형태로 변환하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 변조과정을 살펴봅시다. 전기신호로 변형된 음성 아날로그신호를 높은 주파수(고주파)로 변환하면서 신호의 진폭에 변화를 주면 AM(Amplitude Modulation)방송이 되고 신호의 미세한 주파수에 변화를 주면 FM(Frequency Modulation)방송이 됩니다. 디지털 통신방식에서는 바로 이 부분이 크게 달라집니다. 우선 양자화 과정을 거쳐서 디지털 방식으로 표현해야하고, 그 결과로 얻어지는 0과 1의 수열을 변조합니다. 물론, 안테나에서는 전자파 형태로 최종 변환되어 송신됩니다.

우리가 이야기할 때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송신 출력을 높이는 것에 해당하고, 잘 듣기 위해서 귀를 쫑긋 세우는 것은 수신 안테나를 크게 만드는 것 혹은 여러 개의 안테나를 사용하는 것에 해당합니다. 여기까지는 아날로그 통신방식과 디지털 통신방식에 차이가 없습니다. 그래도 통신이 어려우면 어찌해야 할까요? 아날로그 통신방식에는 불가능 하지만 디지털 통신방식에는 가능한 처리방식이 있는데, 이는 바로 오류정정부호(Error Correction Coding)의 도입입니다. 이는 전에 이야기한 바와 같이, 디지털 방식의 표현은 디지털 컴퓨터로 처리가 가능하다는 사실의 중요한 예 입니다.

오류정정부호란 송신단에서 특별한 처리를 수행하여 수신단에서 오류없이 수신가능케 하는 과정입니다. 이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마치 여러분이 본 기사의 글을 읽을 때 오타를 알아내는 것과도 무척 유사합니다. 예를 들어서

"연세추추는 국네에서 가장 전통 있는 대학신문고입니다"

라는 문장을 접했다고 합시다. 당장 여러분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낄 것이고 원본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위의 예에서는 생략오류, 전이오류, 삽입오류의 세 종류 오류가 존재합니다. "연세춘추"의 셋째글자에서 "ㄴ"이 생략되었고, "국내"가 "국네"로 바뀌었고, "대학신문"에 "고"가 삽입되었습니다. 오류정정부호 기술을 사용하여 수신기에서 오류을 찾아내고 이를 수정할 수 있는 이유는, 위와 예와 같이, 사용하는 언어에 잉여성(Redundancy)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연세추추"와 "국네"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이기 때문인 것입니다. 이와 가장 가까운 단어 중에서 사용가능한 (혹은 사용하기로 약정한) 단어인 "연세춘추"와 "국내"를 송신하였을 것이라고 추정한다면 훌륭한 오류수정이 됩니다. 0과 1을 사용하여 디지털 변조를 수행할 때에도 미리 약정한 단어만를 사용하면 이러한 일을 유사한 방법으로 수행가능한 것입니다.

디지털 통신방식에서 오류정정부호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큽니다. 약 50년전 수학자이자 통신공학자인 C. E. Shannon교수(당시 MIT 전기과 교수)에 의하여 그 이론적 토대가 처음 세상에 발표된 이후에 수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왔으며, 이제는 Shannon교수가 이론적으로 설정한 오류정정부호 성능의 한계점에 거의 접근하는 통신시스템이 설계 가능해졌습니다. 오늘날 사용되는 디지털 휴대전화기는 디지털 통신방식뿐만 아니라 최고성능의 오류정정부호 기술이 이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