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TC2000-Tokyo에 다녀와서...         작성:은유창

지난해 제출했던 "Multiuser Detection of FH/MFSK System combined with Soft Limiter"이란 제목의 논문이 IEEE VTC(Vehicular Technology Conference)-2000 spring에 수락되었다. 이 학술대회는 1년에 두 번(봄,가을) 열리는데 내가 가게 된 곳은 바로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불리는 일본이었다. 사실은 일본이란 나라를 역사적 콤플렉스 때문인지 몰라도 반드시 한번 콧대를 꺽어 주어야겠다고 느낀 적이 많았다. 물론 내 할아버지가 독립투사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런 칼날같은 마음을 품고 일본에 5월 14일 출발했다. 5월 15일부터 대회가 시작이었지만 아침 일찍 출발하는 비행기가 없어서 (보통 10시가 넘어야 한다) 부득이 전날에 출발하게 되었다.

5월 14일 아침, 우리 일행은(나와 송홍엽 교수님과 정연식, 김정헌, 신민호) 김포공항에서 모였다.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해외여행이고, 여행수속과 발표자료 준비로 신경을 많이 썼기 때문인지 조금 피곤했지만 새로운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에 약간 흥분되었다. 비행기가 동경의 나리따 공항에 도착했을 때 입국수속할 때 줄이 너무 길게 늘어져 있어서 조금 짜증이 났다. 상대적으로 내국인(일본인)용 입국수속 쪽은 텅텅 비어 있었기 때문에 좀 약이 올랐다. 우리는 호텔 근처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대화할 때 애를 먹었다. 예상대로 물가는 비쌌지만 열 배가 넘는 환률을 생각하면 음식값은 3~4정도 되는 것 같았다. 교수님과 내가 한방을 쓰고 정헌이와 민호 연식이가 같은 방을 쓰기로 했다. 우리는 가벼운 회의를 하고 비교적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5월 15일 우리는 각자 전날 계획한 논문들을 듣기로 했다. 나는 CDMA와 multiuser detection에 관한 것을 주로 들었는데 조금 이해하기 어려웠다. 워낙 주제가 다양하고 더구나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이었다. 나는 다음날 오후에 포스터 세션에서 발표하기로 했었는데 조금 걱정이 되었다. 발표시간중에는 그 내용보단 앞으로 내가 무었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만이 머리 속에 맴돌았다. 점심은 아마 햄버거를 먹은 것 같았는데 햄버거 가격과 맛은 전세계적으로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햄버거는 일본 물가에 비하면 껌값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본말만 들리지 않았다면 마치 서울 도심지같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을 것이다. 아무튼 첫날은 이리저리 대회장을 휩쓸려 다니며 거의 제목만 듣고 다녔다.

5월 16일, 오늘은 내가 발표하는 날이었다. 오전에는 포스터 세션을 주로 돌아다녔는데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나는 세션을 듣기만 해서는 이해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또한 내가 오후에 발표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탐색하기 위해서 이기도 했다. 처음엔 무척 겁이 났지만 얼굴에 철판을 깔고 몇 번 해보니 할만한 것 같았다. 오후에 내가 발표 때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붐비지는 않았지만) 질문을 해왔다. 열심히 했다. 상대방이 얼마나 알아 들었는지는 의문이지만.... 우리학교 전파과 서종수 교수님과 제자들도 봤는데 발표하는 사람없이 구경하러 왔다고 했다. 그 소리를 들으니까 웬지 기분이 좋았다. 논문은 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일본시내를 구경했는데 그리 감동은 못 받았다. 일본 직장인들이 지하철과 연결된 상가에서 값싼 음식점에 그것도 혼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저렇게 살아야하나 하는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우리는 한국식당에도 갔었는데 같은 말을 쓰는 사람을 만나 모두 반가운 표정이었다.

5월 17일 세션을 마치고 정헌,연식,민호는 아끼하바라에 놀러 나갔다. 나는 피곤해서 그냥 조금 눈을 붙이고 공식만찬에 가기로 했다. 물론 나는 표가 없었지만 교수님이 어디서(?) 구해다 주셨다. 만찬음식은 썩 훌륭했다. 만찬장은 만원이었다. 내가 저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주장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저녁에는 저녁도 못 먹고 피곤에 지친 얼굴로 들어오는 애들을 보니까 더욱 잘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5월 18일 아침에 부페로 식사를 하고 일찍 서둘러 출발했다. 그런데 내가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공항에 거의 다 도착해서야 노트북을 놓고 온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정헌이랑 호텔로 돌아가서 노트북을 찾았다(다행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비행기 출발직전에(정말 뜨기 직전이었다) 우리는 하네다 공항을 질주했다 -모두들 우리를 쳐다 봤고 교수님의 "뛰어"라는 목소리가 공항에 메아리 쳤다- . 교수님이 비행기를 붙잡아 두었기 때문에 우리 모두 탑승할 수 있었다. 정말 눈앞이 아찔한 순간이었다.

서울에 도착하니 너무너무 좋았다. 내가 앞으로 뛰어야 할 무대를 가슴속에 간직하며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기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