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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 겨울 MT 후기(인물 중심편)

2006.01.27 00:57

김태의 조회 수:5690 추천:216

이번 겨울 MT는 예외없이 스키장으로 결정났다. 하지만 여느해와는 달리 우리는 휘팍의 설원을 달렸다. 이번에도 영영,나,장헌,싱하가 장을 봤다.(졸업할 때 까지 장돌이) 연구실 대표 찌질이 셋이 탄차는 역시나 소란스러웠고 장헌이의 오염된 언어는 그나마 정상인 영영이까지 찌질이 대열에 합류시킬 뻔 했다. 숙소에 와서 짐을 정리하고 간단한 게임을 즐겼다. 현영이는 PS2를 그보다 지능이 떨어지는 나와 싱하는 할리 갈리를 했다. 그러나 할리 갈리역시 지능의 게임. 싱하와 나는 웬만해선 바로 5가 아니면 먹지를 못했다. 우리의 DD함을 비웃듯 백반과 준성형이 승리를 독식했다. 야비한 웃음을 짓던 백반. 결국은 주영이형에게 침몰당했다. 그러나 떠나지 않는 야비한 웃음 ㅡㅡ;; 지루할 뻔 했던 기다림의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선 저녁을 3분 요리들로 해치운 우리는 스키장으로 향했다.

나에게는 두번째 스키였는데 스키란걸 처음 탔을 때 다정다감하게 가르쳐준 석훈이 형이 생각났다. 올해 연구실의 새로운 가족이된 선영이에게도 석훈이 형과 같은 사람이 필요할텐데 마침 순천 지역사회에서 동생들을 지도해온 리더십으로 영준이형이 선영이의 지도를 도왔다. 하지만 각해보시라 초급코스 한가운데서 그리 온화해 보이지 않는 한 사내가 넘어져 있는 조그만 여자애에게 손을 내밀고 있는 광경을. 누구도 그걸 도와주고 있는 걸로 보긴 힘드리라. 마도 깍두기 하나가 선량한 시민을 길을 방해한다며 때리는 걸로 보지 않겠는가. 만약 그 사내가 아침식사를 삼겹살로 시작하는걸 안다면 더더욱.^^

작년에도 그랬듯이 슬로프를 몇번 내려오면 모두들 무리에서 낙오하고는 다시만나면 여지껏 어디서 놀았냐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장헌이는 정말로 낙오한듯 했다. 중급자 코스 한가운데를 다부지게 A자 직활강으로 내려오며 small signal-Low frequency 파형을 그리는 우리의 총무. 우리에게는 믿음직한 종아리가 없기 때문에 그럴수가 없는데.....^^

보드파들은 그래도 대선형과 준성형을 대장으로 꽤나 뭉쳐다녔다. 나도 주로 보드파들과 같이 다녔다. 보드를 착용하는 약간의 짬과 리프트를 타고 올라갈때는 다들 선영이를 걱정하고 영준이형의 자상함을 이야기하였다.

첫째날 야간 스키는 그렇게 끝나고 주린 배를 움켜쥐고 숙소로 돌아와 삼겹살을 안주로 술을 도렸다. 이틀에 한번은 고기를 구워낸다는 영준이 형의 불판은 삼겹살을 수육 삶듯이 구워냈다. 이제 쉬고 싶다는 불판의 의지 였을까? 주영이 형도 먼길을 달려와서 함께 시간을 가졌다. 선영이와 기현이부터 주영이 형까지 연구실의 발전을 위한 이야기를 했다. 주영이형에게 쏟아지는 립서비스ㅡㅡ;;; 아마도 주영이형은 이 순간을 위해서 그 먼길을 감수했나보다. 돌아가는 길에 그 기분이 잊혀지면 허무함에 괴로워 할까봐 한시간만에 수원까지 질주했나보다.^^

첫날은 그렇게 가고 둘째날은 오전,오후 스키를 탔다. 첫 번째 리프트에서 내리자마자 누군가가 낙오하였다. 그 누군가는 아마도 '그'일 것이다. 오전에 중급코스를 몇번타고서 보드멤버들과 상급코스를 올라갔다. 상급코스는 역시 기본이 없이는 대하기 쉽지 않은 코스였다. 슬로프 앞에서면 자연스레 겁이 생겨났다. 하지만 싱하 개념없기로는 비웅이 다음이라해도 서러울 나이지리아 대표 무개념 주자. 모두를 독려하고 준성형과 대선형을 앞서 내보냈다. 나도 그뒤를 따라 내려갔다. 그렇게 한번두번 겪어보니까 일단 겁은 많이 없어졌다. 하지만 상급자코스에서 즐기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다.
점심식사를 위해 모두 모였다. 그토록 찾아헤맸던 기현이는 이렇듯 모여야 할 때가 되면 반드시 나타나 있었다. 점심메뉴는 총무가 시켜주는대로 먹었다. 11명중 10명이 동일한 메뉴. 방장없는 자리에서 최고 권력자. 맛없다고 투덜댄 싱하. 결국 총무에게 짓밟혔다.

영준이형에겐 너무나도 부실하고 시간상으로는 마치 전투식량을 먹은 듯한 느낌으로 오후 스키를 타러갔다. 오후에도 보드멤버와 나는 상급자코스를 갔다. 상급자 코스의 1/3을 내려오던 길에 심하게 굴렀는데 다리가 꼬이면 안된다는 생각에 다리를 모아 위로 들었다. 그리고 멈추기위해서 경사면을 세게 찍었다. 그래서 멈추긴 했는데 굴러서 20-30 미터는 내려온듯 했다. 일어서려했는데 안전요원이 내옆에 서면서 하는말 "손님 다음부턴 여기 올라오지 마세요" ㅡㅡ;;
"네~"
근데 또 올라갔다. 이제 부터가 진정한 공포의 시작이었다. 상급자 코스의 첫번째 경사를 지나 갈래길에서 보드멤버들과 다른 길로 갔는데 갈래길에서 20미터쯤 갔을까 경사의 끝이 안보여 멈춰섰는데 경사가 마치 LDPC의 성능곡선을 보는 듯 했다. 처음에 시작하는 waterfall 이후에 이어지는 error floor. 잠시 고민했다. '내려가면 죽는다.'
게걸음으로 슬로프를 갈래길의 시작점까지 올라왔다. 상상해보라. 저위 상급 슬로프에서 게걸음으로 올라가는 사람을.
그래도 올라가면서 나름대로 '안미끄러지고 잘 올라가고 있어 다행이야' 하고 생각했다.
다시 보드 멤버들이 갔던 길로 내려가면서 '아까의 안전요원을 만나면 안된다','그러면 정말 쪽팔린거다','그러니까 빨리 내려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 제 마음을 아시겠나요ㅡㅡ;;

이후에는 중급자코스에서 모드 즐겼는데, CITL 멤버들이 만날때면 하는말 "야 선영이 찾았냐?","선영이 낙오했다는데 못봤어요?" 결국 찾았는데..
선영이는 장헌이한테 이끌려 중급을 탔고 어딘가에서 스키가 분리되고 눈을 뽀드득 밟으며 아장아장 걸어내려왔다는 것이다. 평소에 장헌이가 늘 소신있게 나한테 하던 말이 있다.
"너 내가 형만 따라다니라 그랬지~~,그럼 아무 문제 없다고"
선영이는 장헌이를 형으로 봐서 따라간걸까?
아니면 그냥 사람을 잘 믿는 걸까?

둘째날의 스키는 이렇게 끝나고 방안에서의 camp fire를 시작했다.
첫째날보다 더 많이 먹고 더 많이 즐거워 했다.
이야기 꽃을 피우면서 시간은 흘러가고 하나둘씩 잠이 들어갔다. 나는 초반에 잤던 탓에 늦게까지 잠이 안왔는데 연구실사람들의 이러한 모습이 매우 뿌듯하게 느껴졌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게 운이 좋다는 생각도 들었다.
챙겨야 할일들을 서로 먼저 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스키나 보드가 격투기 만큼 과격한 운동은 아니지만 아무도 다치지 않고 즐길수 있어서 이번 MT는 꽤나 기억에 남을 듯하다.

그리고,
주영이형은 연구실의 방장으로서 책임을 다하느라 우리와 함께하지 못했다. 그 와중에서 밤중에 먼 길을 달려 잠시만이라도 시간을 보내고 간점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40이 되던 50이 되던 마냥 20대 젊음을 간직할거 같지만 또 한편으로 나이를 거꾸로 먹는게 아니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연구실의 맏형으로 동생들이 MT를 즐길 수 있도록 혼자 희생한 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윤표형 역시 같이 하지 못해 상당히 아쉬운데 형과는 날이 풀리면 축구로 못다한 땀방울을 흘리기를 기약합니다.

쓰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거리들은 CITL의 뒷담화로 계속 이어질 것을 믿으며 여기서 MT후기를 마칩니다.
* administrator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3-06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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