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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생활 10년만에

2005.09.28 07:51

송홍엽 조회 수:4270 추천:234

교수생활 10년만에 겪는 황당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이번학기에는 공학대학원 컴퓨터전공에서 "암호학개론"이란 과목을 개설하여 수업합니다.
매주 화요일 2교시이고 이 시간은 오후 8시반에서 10시까지입니다.
강의실은 A011 입니다.

오늘도 수업이 한창 진행중인 오후 9시경 ....
갑자기 제1공학관 경비아저씨 한 분이 들어왔습니다.
강의실문을 활짝열고서 들어오시더니 하시는 말씀이
이 강의실은 9시까지 사용이 끝났으니 모두 나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무슨일이 난건지 그냥 웃음이 나오더군요.. 이게 갑자기 무슨말인가...

"아저씨.. 지금 공학대학원 정규 수업중이고요, 2교시 수업이 10시까지입니다..."
"그렇다면 왜 강의실 예약증서가 경비실에 없는거요? 다 소용없으니 모두 나가세요..."

그러면서 강의실 예약을 위한 행정서류 몇장을 보여주면서
이런게 없으니 사용할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더니 모두 나가라면서 강의실 전등스위치를 내려버렸습니다...
자기는 지금 여기 공학관의 모든 강의실을 다 돌아다녀야 하니까 몹시 바쁘다면서
우기지말고 강의실을 비우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가만생각해보니 기가막힐노릇입니다.
저는 요즘 수업시간에는 핸드폰도 안들고 들어옵니다.
갑자기 공학대학원 사무실이 바로 위 3층이란 생각이들었습니다.
수강생 한명을 급히 보냈습니다..
공학대학원 사무실은 비워지고 불은 꺼지고 문은 잠겨있답니다..
이 아저씨한테 지금 정규과정 수업중이라는 사실을 설득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러자니 그 경비아저씨가 또 나타났습니다..

"아니... 아직도 다 안간겨? "

이젠 거의 반말입니다... 내가 그렇게 어리게 보였을까요..
갑자기 화가나서 그만 수업을 하고 끝내려다 생각해보니 수강생들에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아직 수업시간이 50분이나 남았거든요. 90분 수업인데 30분하고나서 이렇게 된서리를 맞고
10분쯤 우왕좌왕 했으니까요..

한국사람은 소리를 질러야 말귀를 알아듣는걸까요.
제1공학관 수위실에가서 경비아저씨 이름을 적어달라고 우겼습니다..
정규수업시간을 이렇게 망치는 사람이 어디있느냐고 따졌고
내일 오전에 사무실에 사람들이 출근하면 공학대학원 사무실에 가서
지금 강의실 사용이 "강의실예약증"이 필요한 강의인지 따져볼것이라고 했습니다.

사태를 파악한 경비아저씨는 잘못했다고 사과하시더군요..
내가 그 양반 사과를 받으면 뭐하고 그분한테 야단을 치면 또 뭐합니까..
그 분은 오히려 잘못한게 없습니다..경비원칙을 준수하려했을거고,
자기가 아는 기록에 관한한 그 강의실은 그 시간에
비워져야한다고 믿었을것입니다.

문제는 내가 좋은말로 자초지종을 얘기했을때
알아듣지못하고 막무가내로 나에게 그리고 수강생들에게 소릴 질른 점은
사과를 받아 마땅하겠지요.

문제의 본질은 공학대학원 사무실에 있는듯 합니다. 생각해보면,
으례 그려러니 생각했을거고,
이렇게 초심자 경비아저씨가 수업중인 강의실에 들어와
경비실의 기록상 강의실이 비워져야하니
모두 나가라며 수강생과 교수에게 윽박지를것이라고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래서 공학대학원 수업담당 선생님께 그리고 공학대학원 원장님과 교학부장님께
이 편지를 씁니다. 다음을 부탁하고 싶습니다.
(1) 매학기 시작할때마다 정규 수업시간과 강의실에 관한 공문을
각 공학관 경비실에 보내주실것과,
(2) 수업이 있는 날은 2교시 수업이 끝날 때까지
적어도 한 분은 공학대학원 사무실을 지키고 계셔달라고.

이 부탁도 과한 부탁인가요..
앞으로 어느 전공의 어느 수업이 또 이렇게 된서리를 맞게될 줄
누가 상상이나 하겠습니까...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그 경비아저씨는 크게 잘못한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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