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는 특별히 없다. 어쩌면 지루한 일상에 곁가지 하나를
기르는 셈일까. 하지만, 여행도 혼자일 때와 같이 함께 가는 여행은 근본적
으로 다른 것 같다. 물론 세상을 사는 것도 모두 같이 가는 여행과도 같기에,
따로 친구들과, 연인과, 동료와 떠나는 여행이 아주 색다르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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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는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한다." -풀러
대학교를 처음 들어왔을 때, MT 라는 것을 처음 갔다. 뭐 특별히 선택도
없었고, 대학생만 누리는 특권처럼 생각했다. 그래서 세상 모든 MT 라는게
다 그런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여러 명목의 MT 들이 있었다.
나의 4년후배인 이뻤던 (지금은 아줌마라 과거형으로 사치스러운 단어 선택이란
비난의 말을 면하기 위해) 사춘여동생이 MT 를 간다고 했을 때, 이모부는
어떻게 여자가 밖에서 밤을 세고 오냐고 나에게 조언을 구한 적이 있었다.
이모부는 알고 계셨던 거다. 세상에 늑대가 많다는 걸.
회사에 들어와서도 몇 번의 MT 를 따라갔다. 달라진 것은 좀 더 근사한
숙소와 군부대의 이동을 방불케하는 승용차 행렬, 그리고 형수님들 ^^.
학부 졸업한지 언 6년이 지난 지금, 대학원 MT 를 가게 되었다. 물론,
늑대들만의 MT 를 ! ( 조인트를 꿈구던 많은 늑대는 실망했겠지 )
급히 부모님을 뵙고 와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짧게 고향에 내려가 온터라
피곤이 몸에 딱 달라붙어 있었지만, 은근한 흥분이 그래도 피곤함을
씻어버렸다. 다만, 운전사를 자처한 탓에 장거리 운전에 대한 근심이
양념처럼 묻어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의 하나는 여행을 가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혼자서 가는 것을 좋아한다." -윌리엄 헤즐릿
장마철에 떠나는 길. 언제나 불길하다. 아니다 다를까 내내 비다.
연예계는 언제나 비가 내린다. 그가 뜨면 모두 다 좋아한다. 하지만
여행길에 비가 내리면 우울하다. 내 차에 길다란 청년 3명과 아담한
청년 한명이 탔다. 목적지 캐리비안까지 가는 길. 어디로 갈지가
고민이다. 경부를 타자니 빠져나가는 때까지 만만치 않고,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자니 사정을 잘 모르고. 뭐 여행의 운치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있지 않은가. 그래서 물었다. "애들아 어디로 갈까" 서해안 이란다.
다행스럽게 어찌나 운이 좋은지 너무 일찍 도착했다. 영준이가 없다.
그가 티켓을 가졌는데. ㅠㅠ
캐리비안 여전히 달라진게 없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한꺼번에 즐길
꺼리가 넘친다. 좋은 시설, 늘씬한 몸매의 도우미들 ^^ ( 의외로
이쁜 여자들이 돌아다닌다. 그래서 의심한다. ) 그리고 물! 그래서
물, 물이 좋아야 하나부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는다. 솔직히 날씨도
비교적 춥지 않고 사람도 많지도 적지도 않고, 뜨거운 태양도 없고
개인적으로 놀기 딱좋은 날씨다. 애들은 마냥 신났다. 난 어그적,
어그적. 몇 번 온 티를 낸다. ( 실은, 춥다 ^^ 나이가 드니까 )
중간생략 ( 캐리비안에서 로맨틱 스토리 없었다. )
5시쯤 캐리비안을 떠나 속초에 있는 하일라라는 숙소로 향한다. 근데,
출발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다. 그래도 출발!! 가는 길에 밥을 먹여야
한다. 내 차 말이다. 그래서 휴게소를 들려서 먹을 것을 사고 출발
준비. 그런데 어떤 여자 2명과 눈이 마주쳤다. 짤막한 원거리 통신을
눈빛으로 나누고, 그 들이 내차 앞에 와서 묻는다. " 본인 차세요? "
그녀들이 예상한 답으로 "예"라고 내가 간단히 대답하자 차안을
살핀다. 그런데 차안엔 늑대가 우글거리고 서로 갈기에 몸을 기대고
수면중! 그녀들 이렇게 말하면 차를 떠난다. " 아! 죄송합니다."
ㅎㅎ 어찌보면 실제상황을 내가 좀 과장해서 적은 것 같긴 하지만,
즐겁다.
난 내 차로 대관령을 넘는 것이 처음이다. 대관령에 7개인가 터널이
뚫렸다는데, 오늘은 내내 폭포같은 비와 솜사탕같은 안개를 내내
뚫고 있다. 간간히 터널이 보인다. 늦은 밤도 아닌데, 비상등,
상향등 있는 것, 없는 것 타켰다. 있어 보이라고. 그래도 이 사람들
속도를 안줄인다. 나도 교통흐름을 따라 가야하니 적당히 밟았지만
시속 100 정도다. 여하튼, 대관령이 경치 끝내줬다. 보진 못했다.
결국 영동고속도로를 마치고 속초로 가기위해 7번 국도를 타고
있을 즘, 전화가 왔다. 대포항에서 밥 먹잖다. 이렇게 첫날은 끝난다.
그래도 오늘 밤은 쉽게 끝나지 않겠지 ^^
둘째날, 날씨가 안도와줄지 알았다. 유창이 형과 윤표가 가고 나서
방황하는 우리들은 뜻하지 않은 설악산행을 결정한다. 뭐, 신의
뜻도 뜻이면 뜻이지만. 흔들바위를 가잖다. 정말 오래간만이다.
흔들바위라. 머리가 흔들린다. ㅎㅎ 자욱한 안개, 모든 걸 앞도하는
경치. 꼭, 일본의 닛코에 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느낌은
약간은 틀리다 (솔직히 나무 크기로는 닛코가 크다. 자존심 상한다)
오르기 시작한 산행은 예상보다 빨리 끝나지 않는다. 앗 너무 먼
거 아녀? 몸에 흐른 땀이 다 팬티에 모인다. 축축하다. 올라가면
갈수록 모든 반위가 흔들 반위처럼 보인다. 가서 다 한번씩 흔들어
보고 싶다. 이제 포기 상태다. 그런데 갑자기 흔들바위란다.
뭐 광화문 대형 네온간판이라도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이런
썰렁할 때가. 이왕 올라왔는데 모두 뭉쳐서 흔들바위를 쓰러트려서
세간의 이목을 사야한다. 흔들린다. 아주 조금. 힘만 들다. 헉.
그래 MT 의 꽃은 뭐니뭐니 해도 폭식이닷. 힘들게 산행을 한
사람들 삼겹살의 저주에 걸릴 것이다. 저녁 식사로 삼겹살이
나타났다. 뭐 돼지기름 삼결살 튀김이든, 삼겹살 훈제든,
삼결살 부침개든 먹으면 좋아란다. 하지만, 왠지 삼겹살에 손이
안간다. 그저 밥에 찌게 한 접시면 행복하다. 내가 많이도
변했군. 삼결살 파티의 끝에 난 벌써 꿈나라다. 또 한 번의
장거리 운전이 기다리기에.
역시 강원도는 내가 군대 생활 했을 때부터 청정 지역라는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도시다. 공기부터 다르다. 돌아가자고
결정한 삼일째라 날씨가 맑아진다. 이런! 출발전에 애들보고
기도발로 하나님에게 로비라도 하라고 했어야 하는건데.
근데, 밤을 샌 일부 철인들이 있다. 중요한 건 마피아 찾기라는
요상망측하게 단순한 경기로 말이닷. 음, 내가 이미 알아봤지
연구실이 좀 색다른 멤버들의 집합체라는 걸. 내가 1학기에
그룹에 대해서 배웠지. 특정한 오퍼레이션에 대해서 닫혀 있는.
결국, 특별한 성질에 폐쇠적인 집한인거지. 우리도 그룹이닷.
이렇게 삼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서울로 장도를 오른다. 서울에
다와서도 막히는 경부고속도로 때문에 고생은 했어도, 여행이라는게
나쁜 여행이라는 것이 없다. 다만, 750키로라는 먼 여행을
한 나의 차가 먹은 기름때문에 약간 우울했을 뿐. ^^
상쾌한 여름의 기운을 이제는 쪄들어가는 도시의 열기로 씻어
내고 있다. 그 때의 기억만 이렇게 조금씩 살아남아 뇌리를
혼란하게 하는데, 모쪼록 뜨거운 여름을 쿨~~하게 나기를 바란다.
모두들!!
* administrator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3-06 13:42)
하하 잘 읽었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길어서 지래 겁먹은거 같아요 ^^ 그동안 보고 싶었던 바다를 실컷 보고와서 정말 좋았습니다. -[07/26-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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