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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CC 2009 참가 후기

2009.10.14 01:07

박기현 조회 수:2696 추천:139

APCC 2009 참가 후기

2009년 10월 8일부터 10일까지의 3일간, 15번째 Asia-Pacific Conference on Communications가 중국 상해에서 열렸다. Hadamard Equivalence of Binary Matrix라는 논문 제목으로 이번 학회에 참가하게 된 나는 학기중이라는 바쁜 일정에도 3일간의 짧은, 그러나 결코 짧지 않았던 기간 동안 중국 상해에서 우리 연구와 관련된, 혹은 전혀 관련되지 않은 여러 것들을 보고 접했다.

출국은 준비부터가 순탄치 않았다. 비행기표 자체의 수배는 여행사에서 도와 준 것이었지만 숙박이라든지 여권 문제, 병역 문제, 그리고 비자 문제가 톱니바퀴처럼 조여들며 일정을 압박했다. 더구나 이 학회 후 바로 1주일 후에 열리는 IWSDA를 위한 준비도 있었기 때문에 나는 여행사를 두 번이나 방문하는 등 원만한 출국을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다.

이러저러한 우여곡절 끝에 겨우 7일, 오전 수업을 마치고 바로 다음 주에 잡힌 시험 일정에 대한공지를 무거운 마음으로 들은 후 오후 4시에 출발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세계라고는 해도 그것이 중국이 되니 의외로 가까웠다. 비행기 자체는 고향에 내려가는 시간보다도 적게 걸렸으니까. 수속을 마치고 땅에 발을 내딛자마자 느껴지는 익숙한 이질감을 한동안 맛본 후 학회 쪽에서 나온 대학원생의 도움으로 택시를 타고 학회가 열리는 上海富豪東亞酒店 (Shanghai regal east asia hotel) 로 향했다.

호텔은 거대한 스타디움의 옆면을 따라 반호 모양으로 지어져 있었다. 지어져 있다기보단 그대로 스타디움의 한 벽을 만들고 있었다는 게 맞는 표현으로, 대단히 이색적이었다. 대충 둘러보고 학회 등록 데스크를 찾아 다음 일정을 확인했다.

아직 학회 하루 전날이었으므로, 남는 저녁 시간에 교수님과 함께 상해의 번화가를 걸어다녔다. 약간 시간을 되돌린 듯하면서도 묘하게 즐비하게 서 있는 고층빌딩이라든지, 낡디 낡은 건물 바로 옆에서 건물 전체를 덮고 휘황하게 빛나는 네온사인이라든지, 요란한 치장을 하고 꾀죄죄한 차림의 사람들을 요리조리 비켜가며 거리를 누비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내가 서 있는 곳이 한국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거대한 도로 너머 지평선까지 뻗어 있는 자동차와 네온사인의 행렬에, 그 규모와 크기에 압도된 채 간신히 한 블록을 돌아 나온 교수님과 나는 감상에 대한 묘한 여운과 앞으로의 일정에 대한 생각이 뒤엉킨 채로 호텔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조식이 포함된 호텔의 일정에 따라 호텔 1층의 스타디움 카페에서 뷔페식 조식을 했다. 소면, 밥, 볶음면 등의 주식과 만두, 햄, 버섯, 계란 등 그다지 반찬이 되지 못할 부식들, 그리고 아주 어렸을 때의 기억에나 어렴풋이 남아 있던 과일 요구르트를 비롯한 각종 유제품, 과일 등을 먹고 싶은 대로 가져다 먹을 수 있었다. 중국색이 강하지는 않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똑같아 보여도 한국과 다르게 느껴지는 맛은 정말 그랬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단순히 기분 때문이었을까.

조식을 마친 후 곧바로 Plenary session 을 필두로 학회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세션이 첫날 오후부터 시작되었으므로, 전날 발견했던 스타벅스에서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맥도날드와 피자헛, 코카콜라 등 대부분의 외래어에서 고집스럽게 중국어를 사용하는 이 나라에서도 스타벅스의 간판만은 영어로 표기되어 있었다. 한국처럼 무선 인터넷망이 열려 있었지만 한국과는 다르게 사용하려면 따로 돈을 지불해야 했다.

흥미 있는 세션은 있었지만 첫날은 특별히 주목할 만한 발표는 없었다. 학회에서 호텔 카페의 저녁을 제공해 주었으므로, 간단히 식사를 마친 후 둘째날의 일정을 마쳤다.

내 논문 발표는 마지막 날 오후에 있었기 때문에 둘째날은 주로 발표자료의 수정과 연습에 사용했다. 교수님께서 외부로 나가셨기 때문에 점심은 혼자 먹게 되었는데, 호텔에 있던 일식 요리집을 이용했다. 중국에서 일식 요리집에 들어가서 일본어를 들으며 밥을 먹는다라. 중국집에서 메밀소바를 먹는 것 같아 신기한 기분이었다. 오후에도 Distriubuted Coding 논문이 발표된 한 세션을 제외하고는 거의 호텔 방에서 작업했다. 저녁은 방켓이었는데, 학회의 방켓에서 빠지지 않는 연사, 임원 소개나 차년도 학회에 대한 안내, 베스트 페이퍼 어워드 등을 약간 졸린 눈으로 바라보는 동안 저녁이 제공되기 시작했다. 대략 열 가지의 요리가 로테이팅 테이블에 순서대로 올라가는 방식이었다. 테이블에 가득 앉은 모든 사람이 배부른 표정임에도 요리의 절반 이상이 남을 만큼 많은 양이었다.

토요일에 들으려던 발표가 발표자의 불참으로 무산된 후, 남은 시간 동안 발표를 준비하고 마지막 세션의 발표장으로 향했다. min max의 연산 결과처럼, 마지막 세션의 첫 번째 발표였다. 이번 해에 지속적으로 했던 발표 연습 덕분인지 1~2분 후에는 꽤나 안정적으로 발표할 수 있었다. 간단한 질문을 듣고 다음 발표에 대한 소개를 듣는 순간 무언가 끝난 듯한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세션의 나머지 발표를 여유 있게 듣고 난 후, 교수님의 권유로 상해 제일의 번화가라는 난징루로 향했다.

한 끼 450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8만원에 달하는 약간 호화로운 식사를 마친 후 난징루를 걸었다. 벽면을 가득 둘러싼 불빛과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속을 걷고 있다 보니 학회가 끝나고 다음주부터 시작될 할 일들이 적란운처럼 머릿속으로 밀려들었다. 난징루의 휘황한 불빛들이 한동안 잔상처럼 맴돌던 건, 식사 때 조금 마셨던 와인이나 중국술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돌아오는 비행기가 있는 푸동공항은 시내에서 30Km이상 떨어진 곳에 있었다. 택시에 몸을 싣고 멍하니 멀어져 가는 상해시를 바라보았다. 고층빌딩의 전면을 가득 채운 LED의 화면이라든지, 전체를 네온사인으로 도배한 타워, 30층 고층빌딩보다도 높이 차를 끌어올리며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같은 것들이, 지난 4일간 보고 들었던 것들이 마치 환상처럼 느껴졌다. 아마도 그래서 출국이 그렇게 덤덤했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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