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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 MT 후기

2005.01.27 00:50

김영준 조회 수:6644 추천:267

연구실 입학해서 벌써 네번째의 겨울 MT이다. 이번에는 MT 본연의 목적을 생각하여 스키장이 아닌 산중의 일반 콘도를 빌려서 이야기 하고 요리해 먹고, 술 마시고 즐기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있었으나, 의견 수렴 끝에 이번에도 스키장으로 가게 되었다.
총 4대의 차량에 15명의 인원을 배분하여 출발하였는데, 나는 비웅이랑 진석이형의 차를 타고 가게 되었다. 예년의 기억으로 대명 스키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내부 순환로를 타고 오면 30분가량 빨리 올 수 있어서, 그 길을 역으로 갈 생각에 내부 순환로를 택했다. 하지만, 내가 네비게이터로서의 역할을 잘 못하여 내부순환로-강변북로-청담대교-올림픽 공원-올림픽대로-미사리-팔당대교에 걸치는 매우 복잡한 길로 가게 되어 결국 3-40분 가량 더 걸렸다. 진석이형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으나, 형은 너그러이 웃어 넘겨주었다. 나중에 민호형도 같은 전철을 밟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보드를 타자는 유혹을 뿌리치고, 지조(?)를 지켜 올해도 스키를 탔는데, 석훈형, 진석이형, 석용이, 성준이가 같이 탔고, 신입생 중에 장헌이와 태의가 같이 스키를 탔다. 원래 스케이트를 탈 줄 알고, 인라인을 오랫동안 탔던 진석이형과 역시 인라인을 탔었던 태의는 처음임에도 스키에 적응이 매우 빨랐고, 반면 나랑 비슷한 몸매를 가지고, 아마 운동신경도 비슷하리라 생각되는 장헌이는 역시나 리프트 내리는 순간부터 범상치 않았다. 쿵! 퍼덕.. 내가 신입생 일때를 보는 것 같았다. 장헌이에게 기초적인 것을 일러주고 조금 지켜보다가 내려왔으나, 한참을 기다려도 내려오지 않아서, 다시 올라가서 속도 줄이는 요령과 턴 하는 방법, 넘어졌을 때 안전하게 일어서는 방법 등을 가르쳐 주면서 같이 내려왔고, 속도를 멈추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장헌이는 곧잘 타게 되었다.
곤돌라를 타고 정상 라운지에서 연구실 사람들과 재미있는 사진도 찍었고, 단체로 같은 코스를 타고 내려오면서 넘어지는 것도 보고, 쫓아가다가 서로 엉켜서 뒹굴기도 하였다. 야간 스키를 마치고 성실맨 기천과 신입생 성하의 작품인 오뎅국과 떡볶이, 태의가 만든 설익은 밥을 먹고, 맥주를 마셨는데, 그 맛은 최고였다. 군대시절 유격훈련을 받을 때 정말 간절히 생각났던 시원한 냉동잔 맥주 맛이랄까, 맥주가 내 전신을 훓고 내려간 후 약간의 취기가 살포시 올라오는 듯한 그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다음날 스키를 위해 첫날은 일찍 자고, 둘째날을 날새서 놀아보자는 생각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15명이서 콘도 하나에 잘 수 있을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다들 잘 잤다.
두번째 날은 준비 운동과 몸을 전혀 풀지 않은 상태에서 중상급 코스를 타다가 발목에 무리가 가는 바람에 오후 스키를 타지 못하였다. 근육이 뭉쳤던 것 같다.
저녁에는 삼겹살을 먹으면서 소주를 마시면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렀는데, 중심에는 말지브라 윤성준과 ‘저 그런 놈 아니에요’로부터 ‘such guy=그런놈’이라는 별명을 얻은 장헌이가 있었다. 다른 연구실은 소주를 궤짝 단위로 먹는다는데, 우리 연구실은 병 단위로 마신다고 해서, 우리도 많이 마셔보자고 시작한 것이 소주 10병이었는데, 역시나 우리 연구실이었다. 소주 11병과 맥주 1.6리터 3개를 우선 마시고 나니 한 둘씩 떨어져 나가더니, 민호형이 사준 아이스크림 케익을 먹고 나서, 석훈이형이 쏜 양주한병과 맥주를 더 마시면서 다들 수면 모드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포커, 마피아 게임, 부루마블 등을 하면서 날을 샜었는데, 과하지도 않은 술을 조금 더 마셔서, 12시 반쯤에는 전원 수면 상태였다. 더 알차게 놀 수 있었는데 술맛을 보다가 일찍 잠든게 많이 아쉬웠다.
마지막날은 일찍 일어나서 아침 식사와 퇴실을 위해 분주히 보내고 기념 사진 촬영후 11시에 서울로 향했다. 오늘 길에 성하로부터 현영이가 운전하던 차량이 신호대기를 위해 정지해 있을 때 뒤에 오던 이상한 할아버지의 포텐샤 차량에 추돌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다행히 큰 사고가 아니었나 보다. 현영이가 목이 좀 뻐근해서, 병원에서 2-3일간 입원치료를 받으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 외에 다른 사람은 괜찮다고 하였다. 정말 다행이었다.
마지막 날 현영이 차량의 사고를 제외하고, 이번 MT도 내 인생에서 매우 즐거웠던 시간으로 기억될 MT였다.

PS. 윤표형이 MT 약 3-4일 전에 집에서 아이를 돌보다가 허리를 삐끗하셔서 참석하실 수 없어서 아쉬웠고, 윤표형과 현영이 모두 쾌차하길 빕니다. 매번 겨울 MT마다 대명콘도 회원카드를 빌려주신 이수종 선배님과 캐나다에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교수님께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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