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의 이끌림에 휩쓸려 멋모르고 몸만 찾아갔던, 어찌보면 비정규 멤버로서 참가한 작년의 엠티와는 달리 이번 엠티는 연구실의 정식 멤버로서 참여한 첫 엠티였습니다. 작년만큼이나 몸은 힘들었고 마음은 즐거웠지만, 작년에는 함께 오셔서 자리를 즐겁게 해주시던 많은 선배분들께서 졸업하시고 남은 분들 중에서도 이러저러한 이유로 참여하지 못한 분이 많아 아쉬움도 많이 남는 엠티였습니다.
숙소는 엠티 목적지인 보광 휘닉스파크에서 차로 5분정도 거리에 있는, 이효석님의 유명한 소설의 제목을 딴 메밀꽃 펜션이었습니다. 약간은 외지고 사람도 적었지만 마치 뛰어난 사진 작가가 찍어낸 풍경 사진 속에 있는 듯한 환상적인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다소 추운 날씨가 정신을 약간 흐리게도 했지만, 어떨까요. 조금은 흐릿한 쪽이 더 환상적이고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니까요.
이번 엠티에서 가장 많은 돈을 쓴 곳을 '주'라 한다면 응당 그것은 스키가 되겠지요. 선배들과 밤새ㅡ라고 해도 저는 일찍 뻗어 버렸습니다만ㅡ마신 술만큼이나 힘들었지만, 분명히 그만큼 재미있었으니까요. 많이 연습했지만 아직도 많이 미숙한 실력으로, 조금은 과한 속도를 내어 보았습니다. 2월의 조금 따뜻해져버린 날씨는 크리스탈빛 슬로프를 약간의 진흙이 섞인 슬러쉬로 만들었고, 아직은 2월이라는 사실을 과시하듯 눈에 띄게 다시 추워진 밤 공기에 의해 녹았다 얼어붙은 얼음들이 불규칙한 요철을 만들어 가끔 '좀더 빠름'을 시도하던 저에게 불의의 일격을 걸어 오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런 것들조차 유쾌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었던 건, 어쩌면 그런 사소한 불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요. 마치 주인공에게 불의의 기습을 시도하는 영화 속 악당들처럼요. 물론 더 근접한 이유는 든든한 선배분들과 함께 했다는 것이겠지만요.
날씨는 추웠고 몸은 과도한 운동으로 힘들었지만, 음식은 맛있었고 펜션은 아름다웠고 스키는 재미있었고 선배들은 좋은 분들이셨습니다. 엠티 동안 즐거웠던 일들을 나열하자면 너무나 길어질 것이기에, 마지막으로 이번 엠티를 계기로 연구실 선후배 간에 소원했던 일은 털어버리고 좀더 가까워질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이만 후기를 줄입니다.
* administrator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3-06 1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