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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MT 후기

2005.01.26 19:52

백종민 조회 수:4391 추천:249

저는 이번이 연구실에서 가는 두번째 MT입니다. 작년 여름에 비공식적으로(?) 하계 MT에
참가한 적이 있었죠. 그때는 아직 연구실 선배님들과는 조금 어색한 사이였습니다. 03년
겨울에 졸업연구를 하느라 연구실에 들락날락하긴 했지만, 거의 교수님이나 영준이형(당
시는 제게 김영준 조교님^^; 이었습니다) 외에는 거의 인사만 하고 다녔으니까요.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연구실에 본격적으로 나와 공부를 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선배님들
과도 많이 친해질 수 있었고, 다른 동기 형들과도 친해져서 이번 MT가 많이 기대되었습니다.
특히 머리털나고 두번째로 스키장을 간다는 사실도 저를 설레게 하는 요인이었죠. (사실
첫번째는 아주 어릴 적, 8살쯤 갔던 것이라서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MT 전날 밤 잠자리에 들려니 잠이 안오더군요. 저는 스노보드를 타기로
했기 때문에 머릿속에서는 온통 보드 타는 생각만 가득했습니다. 물론 전 스노보드를 만
져본적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특히 기천이
형이 '스키보다 보드가 쉬워~' 라고 말해주셔서 전 자신감으로 잔뜩 무장한 상태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하게 짐을 꾸리고, 석훈이형 차를 타기로 한 7호선 먹골역으로 향했
습니다. 처음 가는 역이라서 약속시간인 11시 30분보다 10분 일찍 도착했는데, 석훈이형께서
문자를 날려주셨습니다. '종민아 늦을것 같아 천천히 나와' 20분동안 덜덜덜 기다렸습니다.
홀로 앉아있던 석골역은 어찌나 춥던지... 역 밖이 더 따뜻하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나와서 준성이형을 만나고, 드디어 도착하신 석훈이형의 차를 타고 대명 비발디 파크로 향
했습니다. 가는 길은 생각보다는 짧았습니다. 다만, 모종의 이유로(?) 비발디 파크로 진입
하는 안내판을 놓쳐서 쭉 돌아갔던 것을 빼면 말이죠.


선배들이 매년 애용하셨다는 렌탈샵 '샤크'에 장비를 대여하러 갔습니다. 전 사실 집에서
옛날 스키복을 가지고 왔었는데, 여기 와서 보드용 부츠를 보니 제 스키복이 감싸지 못할
정도로 묵직하고 크더군요. 그래서 할수없이 눈물을 머금고 스키복을 대여했습니다. 하는김에
충동구매로 모자와 장갑까지 샀습니다. 모자에는 썩 훌륭한 소형 후레쉬가 붙어있어서, 저
는 만원에 모자와 후레쉬까지 주면 엄청 싼 것이라고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대선이형의 '너
후레쉬 사니까 모자 끼워줬지' 라는 한마디에 그만 좌절하고 말았죠.


콘도에 짐을 풀고, 야간 스키 개장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서 저와 선배들은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저에게는 기념비적인 17년만의 슬로프 진입이었죠. 그러나 제게 닥친 시련
또한 기념비적이었습니다. 리프트에서 내리고 나서 보드를 착용하고, 일어서자마자 전 뒤로
넘어졌습니다. '아니 이게 아닌데...' 멋지게 슬로프를 활강하려던 제 야망은 그렇게 처참히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그 다음부터 기억도 못할만큼 무수하게 넘어졌기 때문이죠. 영준이형의
이 한마디로 저의 시련과 좌절을 표현할 수 있을듯 합니다. '종민이는 맨날 앉아있더라?'


그렇지만 그렇게 눈밭을 뒹굴면서 저도 오기가 생겼던 모양입니다. 둘째날에는 기어코 낙엽쓸기
(Pendulum)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기천이형이 제가 딱했던 모양인지 절 데리고 많이 도와
주셨습니다. 대선이형도 후에 말씀하셨지만, 초보자를 데리고 가르치는게 가장 힘든데 말이죠.
(초보자의 속도에 맞춰서 거의 멈춰있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에 발목에 힘이 많이 들어간답니다.)
그날 오후에는 드디어 중급에서 낙엽으로 내려왔습니다. 거의 30분 넘게 걸렸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대선이형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호! 저에게 한수 가르쳐 주시겠다고 하십니다.
전 상급에서 등을 떠밀지 않을까 걱정스러웠지만 그래도 전문가에게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대선이형을 만났습니다. 상급자 리프트를 타자고 할때 전 순간 속았다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산 정상에서 중급자 코스로 내려오는 길이 있더군요. 하지만 그 길 또한 만만하지는 않았습니다.
사람은 적었지만 중급 코스보다는 경사가 꽤 되더군요. 여기서도 당연히 데굴데굴 굴렀습니다.
그러나 그때 어디선가 깨달음이 제 머리를 스치고 전 갑자기 턴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고 나니
대선이형도 약간 놀라신 눈치고 저도 제 스스로 놀라웠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S턴 비스무리하게
중급을 끝까지 내려왔습니다. 물론 스피드를 내다보니 넘어질때도 좀 크게 넘어졌지만, 뭔가 해
냈다는 생각에 아픔도 잊게 되더군요. 오후 스키 폐장 시간이 다된 것이 그렇게 아쉬울 수 없는
하루였습니다. 내년을 기약하며, 저와 선배님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둘째날 저녁은 연구실원들의 먹성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자리였습니다. 삼겹살 10근이 거의 스트레이트로 모두의 위장속으로 직행했습니다. 첫날에도 보통때는 상상도 못할 음식을 먹었지만, 둘째날의 그 무수히 구워지던 삼겹살들은 제 머릿속에서 쉽사리 지워지지 못할 것 같습니다. 술은 아쉽게도 많이 마시지 못했습니다. 전 앞에서 누차 말씀드렸듯이 이틀 내내 뒹굴었었고, 둘째날 밤에는 기어코 온 몸이 근육통으로 쑤셔오더군요. 이 상태에서 술이 들어가자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이 축 늘어지기 시작했고, 전 어쩔수 없이 방으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너무 일찍 들어가서인지 새벽 3시에 잠이 깨서 다시 자느라고 고생했습니다.


아쉬운 MT 마지막 날, 로비 앞에서 다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각자 차를 나눠타고 서울로 귀환했습니다. 어찌하다보니 돌아올때는 신입생 다섯명이 같은 차를 타게 되었습니다. (현영이 형 차) 장헌이형은 전날 무리하셨는지 울렁이는 속을 원망하셨죠. 그렇게 오던 중 우리 일행은 사고를 당했습니다. 횡단보도 앞에서 멈춰있는데 뒤에서 '끼이이이익' 하는 소리가 점점 들려오더니 쾅! 다행히 크게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현영이형은 목이 뻐근하다고 했는데, 지금 병원에서 며칠간 입원하며 추이를 지켜본다고 합니다.) 뒤에서 들이받은 승용차는 오래된 차여서 그랬는지 보닛이 거의 박살이 났습니다. 현영이형 차는 뒷 범퍼만 손상되어서 그나마 다행히 서울까지 다시 올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이 조금 안타까웠던 이번 동계 MT였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일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저로서는 평소에 조금은 서먹서먹했던 박사과정 선배 형들과 좀 더 친해질 수 있었던 점이 기뻤구요. MT라는 말 그대로 연구실 사람들의 화합을 도모할 수 있었던 그런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기나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administrator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3-0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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