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cation Signal Design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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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 소식

WCC05 후기

2005.03.27 13:37

김영준 조회 수:6995 추천:259

WCC05 참가기

- 3월 13일
아침을 간단히 해결하고 합정역에서 9시에 윤표형을 만났다. 공항버스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9시 50분이 조금 못된 듯 하다. 미리 면세점에서 구입해놓았던 물품들을 공항 면세점에 들러 찾은 후 12시 40분까지 시간이 있어서 공항면세점을 구경하였다.
아직 해외는 커녕 제주도 한번 가보지 못한 시골 촌놈이 노르웨이를 간다고 생각하니 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는 것이어서 낮이 상당히 길게 느껴졌다. 두 번의 기내식을 먹고 두 번의 수면을 취한 후 프랑크 푸르트 공항에 도착하였다. 짧은 시간내에 비행기를 갈아 타야 한다는 마음에 잔뜩 긴장을 했으나, 윤표형이 공항직원에게 물어보고 해서 큰 어려움 없이 오슬로행 비행기가 출발하는 게이트로 이동할 수 있었다. 윤표형의 경우 오슬로행과 오슬로에서 베르겐까지의 좌석에 대해 발권이 되었으나, 나는 오슬로행만 발권이 되었고, 그나마도 좌석이 없어서 노르웨이 여정의 첫 번째 시련으로 다가왔다. 발권 당시 직원의 말로는 게이트에 가서 직원에게 말하면 아마 좌석과 베르겐행 비행기에 대해서도 처리를 해줄 것이라고 했는데, 완벽하게 이해를 못한채로 무작정 게이트앞 직원에게 내 사정을 말했더니,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앉아있으면 알려줄테니 기다리라고 한 것 같아서 신경을 곤두세운 채로 기다리면서 그 동안 영어회화학원 다니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노력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게이트가 열리면서 탑승을 시작했고, 아까 잘못 이해했으려니 하고 비행기표에 좌석이 기재되어 있지 않으니 게이트 바로 앞 직원이 알아서 처리해주겠지 하는 심정으로 줄 뒤에 섰다. 조금 있으니 독일 억양이 강한 영어로 데스크쪽에서 Mr. Kim을 찾는 방송이 나와서 내 이야기임을 직감하고 돌아서서 곧장 데스크로 향했더니 좌석번호가 확정된 표와 오슬로에서 베르겐으로 항공권에 대해 발권을 해주었다. 이 것으로 노르웨이 행의 첫 번째 문제를 해결하였다. 윤표형과 좌석이 달라서 따로 앉아서 왔는데, 갈아탄 비행기는 스칸디나비아 항공사의 비행기로 상당히 오래되었고 좌석이 비좁았다. 좌우 양쪽에 덩치가 큰 외국인들이 앉아 있어서 두시간 가량을 꼼짝도 못하고 영어로 된 노르웨이 신문을 읽으면서 보냈다.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는 아시아나 항공을 이용했었는데, 스칸디나비아 항공사의 비행기는 승무원들이 나이가 많고, 기내식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기차여행에서처럼 구입해야 한다는 점이 달랐다. 오슬로 공항에 도착해서는 베르겐으로 갈아타는 시간이 상당히 짧은 데다 푸랑크푸프트 마인공항에서 겪었던 일을 생각하노라니 더 걱정이 되어 발걸음이 빨라졌다.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는 여권을 보여주며 여행목적을 말하고 여권에 도장을 받는 간단힌 입국 심사가 있었기 때문에 노르웨이 공항에서도 당연히 이러한 절차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윤표형이 공항직원에게 갈아타는 과정에 대해 물어서 그대로 했는데, 여권확인에 대한 과정 없이 물품검색대만 통과하고 곧장 게이트로 향할 수 있었다. 여권을 보여주는 과정이 없었던 것에 약간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나 게이트를 찾고 나니 긴장도 풀리고 베르겐에 도착하면 늦은 시간이라 식사를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공항에서 해결하기로 하였다. 미리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북유럽쪽 특히 노르웨이는 겨울시간대(4월까지)에 낮이 짧아서 우체국, information center등이 3-4시면 문을 닫고 식당도 저녁 8시를 넘는 곳이 거의 없다고 알고 있었다. 공항 편의점에서 물품들의 가격에(환율 : 170원/1NOK)놀라서 샌드위치 1개와 세븐업 음료수를 71NOK(=12,000원)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탑승시간은 8시 40분 11번 게이트 그런데 왜인지 8시 30분이 되어도 게이트는 열리지 않았고, 걱정이 되어 직원에게 물었더니 21번 게이트로 바뀌었단다. 아뿔사. 긴장을 잠시 놓아서 비행기를 놓치겠구나 하는 생각에 빠른 걸음으로 이동하였고, 중간에 LCD전광판을 확인하니 9시 30분으로 변경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막상 21번게이트에 가서 문의를 하니 눈 때문에 비행기가 취소되었으니 다시 비행기 시간을 맞춰보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었다. 그 사이 윤표형이 다시 원래 11번게이트에 가서 물어보니 이번에는 취소된 것이 아니라 연기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비행기 시간이 10시 10분으로 바뀐 것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소시지햄버거와 맥주 한 잔씩 하고 오랜 비행에 지친 몸을 달랬다. 기다리면서 여권에 입국도장을 확인하지 않은 것이 맘에 걸려 데스크에 가서 항공권과 여권을 보여주면서 이야기 하였더니 지금 비행기가 베르겐으로 출발한다면서 여권 확인하지 않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막 출발하려는 비행기로 재발권을 하면서 빨리 짐 가지고 타라는 것이었다. 동료가 있다고 하자 빨리 데리고 오라는 것이 아닌가. 사실 이 비행기는 10시 10분행보다 일찍 출발하는 비행기였다. 물론 실제 출발은 10시 조금 넘어서 하긴 했지만..상황이 빠르게 전개되자 정신없이 달려서 윤표형과 함께 비행기에 올라타는데, 이번에는 비행기 입구에서 짐 실을 수 있는 공간이 없으니 하나만 가지고 탈 수 있고, 나머지는 화물칸에 싣고 가서 나중에 찾으라면서 내 가방을 거의 빼앗아가다시피 하였다. 처음 해외여행인지라 못 찾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했으나 1시간여의 비행끝에 베르겐 공항에 도착해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베르겐에 도착하니 이제는 Radisson SAS호텔로 가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공항버스는 밤 9시40분에 마지막차가 떠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기상조건에 의한 연착을 공항 측에서 배려를 한 것이었는지 공항버스가 있었다. 베르겐 공항을 나서자 굵은 눈발이 날리면서 온 세상이 하얗게 뒤덮혀 있어서 노르웨이에 도착한 것을 실감하였다.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들어가서 호텔 바로 앞에 도착하였고, 체크인을 한 후 여장을 풀고 씻은 후에 곧장 잠자리에 들었다.

-3월 14일
전날 자기 전에 윤표형이 모닝콜을 부탁해 두었었는데, 시차 때문인지 그 보다도 더 일찍 잠에서 깨었다. 씻고 식사를 하기 위해 1층 식당으로 내려 갔을 때 포항공대 양경철 교수님을 뵐 수 있었다. 우리보다 하루 일찍 도착하셔서 일요일을 호텔에서 보내셨다고 한다.
식사는 접시를 들고 원하는 것을 덜어서 먹는 방식이었는데, 훈제연어와 고등어를 비롯한 생선류와 베이컨, 삶은계란, 햄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처음 음식에 대한 느낌은 정말 좋았다. 맛이 상당히 강하였는데 베이컨과 햄류는 짠편이었고, 케익류는 한국에서 먹던것에 비해 매우 달았다. 하지만 맛이 좋은 음식도 가끔 먹거나 배고플 때 먹어야지 맛이 있는법, 이 음식을 아침, 점심에 먹고 6일동안 먹게 될 줄을 꿈에도 몰랐다.
식사를 마치고 난 후 등록 데스크로 향했고, 지난번 SETA에서 뵜던 Helleseth 교수님을 볼 수 있었다. 등록증과 학회 proceeding과 베르겐에 관한 관광정보가 실린 소책자를 건네받은 후 30분가량 시간이 있어서 학회장 바로 앞에서 앉아 있었는데, 한 남자가 다가와서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자기는 미국에서 왔고 디트로이트의 computer science학과 교수이고, 이름은 Kevin Daimi이며, 이번에 처음 WCC에 왔다면서 명함을 주었다. 우리는 간단히 한국에서 왔고 박사과정 학생이라고 말을 했고, 윤표형은 둘째날 발표를 한다고 하자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처음 발표는 Invited talk로서 프랑스에서 온 Anne Canteaut라는 여자가 ‘open problems related to algebraic attacks on stream cipher'에 대해 발표하였다. 발음이 비교적 알아듣기 쉬워서 처음에 내용을 이해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뒤쪽으로 갈수록 영어를 알아듣는 것 보다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다음으로 일본에서 온 교수의 발표로 세션이 시작되었고 발표가 끝난 후 20분에서 30분가량의 휴식시간이 있은 후 3편의 논문발표가 이어졌다. 이 논문들은 Coding Theory관련된 논문들 인데, 일본 교수의 'Second Generalized Hamming weights for Extremal Self-Dual codes' 발표에서는 모르는 용어들도 많았고, t-(v,k,λ) design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이해하기 힘들어서 전에 석용이가 공부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시작도 못한 것에 대해 매우 후회했다. 뒤에 발표된 Gabidulin Code에 대한 Welch-Belekamp like algorithm에 대한 것도 Gabidulin Code자체를 몰라서, 학회에 와서 무엇인가를 배워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기초는 되어 있어야 하는데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공부가 너무 부족한게 아닌가 하는 반성과 함께 내가 연구하는 분야와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그럴 수도 있을 거야 하며 스스로를 달래기도 해보면서 세션을 보냈다. 점심시간에 양경철 교수님과 같이 식사를 하였는데, 윤표형이 INRIA가 WCC를 후원하는 것 같다고 하자, 양 교수님께서 그렇다면서 INRIA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고, 때문에 WCC의 논문 발표의 주축은 INRIA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식사를 마친 후 잠깐 호텔 앞에 나갔더니 엄청나게 강한 햇살이 내리 쬐어서 눈을 제대로 뜨기가 힘들었다. 노르웨이는 음식맛만 강한게 아니라 햇살도 강하였다! 대신 노르웨이는 비나 눈이 많이 와서 흐린 날이 많다고 하더니(Helleseth교수님에 의하면 일년 365일중 265일은 비나 눈이 오는 날씨란다), 비가 자주 오는 덕분인지 공기가 매우 깨끗해서 기분까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오후 세션은 Cryptography와 관련된 논문이 발표되었다. 전에 연구실에서 암호학 세미나와 산업대학원 암호학 수업에서 배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암호학적으로 어려운 문제들 discrete logarithm, integer factoring problem 등을 다루는 논문들에 대해 집중하여 들었다. 첫 번째는 'Intepolation of the discrete logarithm in a finite field characteristic two by Boolean function'였는데 character sum을 이용하여 논문 내내 사용하였는데, 기초적인것만 알고 있어서, 자세히 공부해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Elliptic curve cryptography나 SHA-1에 대한 것은 전혀 몰라서 관련된 발표가 진행될 때는 발표내용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간 공부를 게을리 한점에 대해 반성하는 자숙의 시간으로 삼았다. 마지막에 ‘Shorter keys for code based cyrptography’ 발표는 발표 자료가 인상적이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용을 잘 모르지만 흥미를 유도하고 충분한 그림 설명을 통해 어느 정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끔 만들어 진 발표자료였다.
오후세션이 끝나고 저녁 7시에 양교수님과 호텔로비에서 만나서 식사를 하러 갔다. 식사를 하기 전에 브리겐과 근처 호수를 걸었는데, 양교수님께서 노르웨이에 자주 왔었다면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산중턱에 집들이 매우 아기자기했는데, 집 색깔을 마음대로 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관할청에서 허락을 받고 지정해주는 색으로 칠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곳을 가던지 물가를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맥도날드 같은 곳에 들어가서 메뉴를 보면 금방 비교가 된다면서 잠깐 들어갔었는데 햄버거 세트 하나가 약 80크로네 우리 돈으로 만오천원 정도 되는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30분 가량의 산책 끝에 China Palace라는 중식당에 들어갔는데 메뉴를 읽기가 매우 힘들었다. 메뉴에서 한자부분과 영어로 쓰여진 것 중에서 몇 가지 이해가 되는 단어들의 조합을 통해 3가지 식사를 주문했는데, 깐풍기와 팔보채 같은 것이었다. 거기에 맥주와 Boiled Rice(or Steamed Rice)를 시켜서 같이 먹었다. 이 곳 식당 음식이 그나마 우리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듯 하였다. 식사를 하면서 노르웨이의 경제는 석유와 연어 산업이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북유럽쪽에서 석유 생산량이 제일 많은 곳이 노르웨이이고 그럼에도 정부에서 석유 가격을 싸게 책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맙게도 양경철 교수님께서 식사를 사주셨는데, 팁을 음식값의 약 10%정도 계산해서 더 얹어 주시는 것을 보고 팁 문화가 생소하여 여쭤 보았더니 잘 설명 해주셨다.

-3월 15일
둘째날이다. 오전세션에 윤표형의 발표가 있는 날이다. 어제밤에 연습과 아침에 연습을 충분히 하는 것을 보고 다음 학회 참석할 때에는 내 자신이 논문을 써서 저렇게 발표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연구도 열심히 하고 더불어 영어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윤표형의 발표 전에 우리 교수님이 캐나다에 방문 교수로 가셨던 Guang Gong교수님의 학생인 유남열씨가 'Realization of Decimation-Hadamard Transform for Binary Generalized GMW sequences'를 발표 하였는데, 차분하게 또박또박 설명을 잘 해서 관심을 가지고 들었다. 발표가 끝나고 SETA에서 보았던 Alexander Pott교수가 논문 내용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하였다. 윤표형도 차분하게 논문 발표를 잘 하였고, 발표가 끝난 후 첫날과 다른 곳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아마 호텔 손님들이 같이 이용하는 식당에 학회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장소를 바꾼 것 같았다. 입구에서 양교수님께서 유남열씨를 소개해주어서 인사를 하였다. 독일에서 온 박사과정 학생인 Kai와 독일인이면서 미국에서 공부한다는 역시 박사과정에 있는 대단히 말이 빠르고 수다스러운 학생 한 명 그리고 유남열씨와 동석하였다. 유남열씨는 서울대 전자과를 졸업하고 포항공대 이필중 교수님 밑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후 유학을 갔다고 한다. 나중에 좀더 이야기도 나누다 보니 ‘~씨’라는 호칭보다 자연스레 형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오후 세션을 마치고 어제와 다른 중식당에서 국물이 있는 음식을 찾다가 완탕라면과 우육탕라면에 밥을 시켜 먹고 일찍 숙소로 돌아왔다. 아직 시차 적응이 안되는지 9시쯤 되니깐 스르르 눈이 감긴다.

-3월 16일
오전세션만 있고 Excursion이 있는 날이다. 그런데 Excursion이 단순히 시내 구경이라기에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거기다가 아침부터 비까지 계속 와서 만족스럽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오전 세션을 듣고 Norway in a Nutshell이라는 베르겐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베르겐 역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가량가서 보스역에서 내린 후 버스로 갈아타서 1시간 가량을 들어간 후 구드방겐까지 가서 곧바로 배를 타고 피요르드를 보았다. 빙하침식에 의해 만들어진 대자연의 위대한 산물이라는 생각에 무작정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으나 눈발이 거세지고 추워서 관광에는 정말 꽝인 날씨였다. 2시간 가량의 보트여행 끝에 플람에 도착하였고, 약간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간식을 먹고 다시 산악기차를 타고 미르달까지 갔다. 가는 도중 눈이 점점 많이 내려서 차장이 창밖 왼쪽은 폭포가 얼어 있고 오른쪽은 어떻고 하면서 설명을 해주는데 너무 분간이 안 되었다. 해발고도 880미터정도에 위치한 미르달에 도착했을때는 눈이 많이 쌓여서 내 평생 이만큼의 눈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비록 눈 때문에 좋은 관광거리를 많이 놓친 탓도 있겠지만 여행전에 노르웨이 여행기에 Norway in a Nutshell을 극찬해서 꼭 가보라고 추천했던 사람은 비약이 심했던 것 같아 원망스러웠다. 미르달에서 베르겐으로 오는 기차가 이 여행 프로그램의 마지막이었고 피곤해서 졸다보니 베르겐에 도착하였다. 베르겐은 노르웨이에서도 남쪽이어서 그런지 기온이 높은 편이라는 이야기를 양교수님께 들었었는데, 과연 기차타고 오면서 직전까지 보았던 눈이 베르겐에서는 비로 변해 있었다.
호텔에 도착해서 바로 리셉션에 참석했는데, SAS호텔 뒤편에 있는 박물관 뒷 건물에서 했는데 굉장히 어두웠고, 베르겐 부시장의 환영인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와인을 마시며 간단한 먹을거리를 들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 되었다. 나는 핀란드에서 온 2명과 자리를 같이 하였다. 수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인데 한사람은 35살이고 다른 사람은 30살인데 취직을 바라는데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한 상태이고, 취직이 상당히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나마 한국에서는 삼성과 LG같은 대기업에 산학 지원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취직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환경이어서 다행스러운 것 같다. 리셉션이 끝나고 식사가 부족해서 윤표형과 남열이형과 함께 중식당에 가서 식사를 더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3월 17일
오늘은 오전에는 Discrete Mathematics 오후에는 Cryptography 관련된 논문 발표들이 있는 날이다. Invited talk는 Ton Kalker의 'Homomorphic Encryption for Secure Watermark Detection'이었는데 protocol에 관한 내용으로서 흥미로울 것 같아서 이해해보려고 무진장 애쓰다 나중에는 거의 포기하고 들었다. 세션 첫 번째 발표는 Gohar M. Kyureghyan의 'Differentially Affine Maps'로서 발표자가 유창이형의 '1-error linear complexity of Sidelnikov Sequences'의 공저자이기에 관심을 갖고 들었다. Pott교수의 박사과정 학생이거나 박사학위 받은 사람 같았는데 앳되 보이지만 수학적인 지식이 굉장히 풍부한 것 같았다. OHP로 설명하는 도중 유성펜으로 OHP필름인줄 알고 썼는데 알고보니 OHP영사기 투명판에 써버려서 필름을 교체할 때마다 같은 문구가 있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나중에 윤표형이 인사를 건넸고 송홍엽 교수님께서 안부를 전하더라는 말과 함께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다. 점심은 양교수님과 남열이 형과 함께 먹었다. 교수님 말씀이 여기 INRIA를 비롯해서 유럽쪽 박사과정들의 연구 깊이가 상당하다는 것이었다. 그들의 연구는 거의 책을 집필할 정도라는데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대단히 부러운 점이었다. 그들이 응용에 있어서는 거의 문외한에 가깝다고는 하나 연구깊이가 그렇게 깊다는 점은 대단히 부럽고, 내가 그에 미치지 못하다는 점은 역시 부끄럽게 생각이 되었다.
오후 세션이 끝나고 Banquet이 있는 날이다. 플로바이엔(?) 산에 케이블카 같은 전차를 타고 10분정도 올라가니 Banquet을 위한 장소가 우리를 환영하고 있었다. 장소가 setting되기전에 30분정도 와인을 마시면서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고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였는데 앉다 보니 중앙쪽 Helleseth교수님과 V.J.Kumar교수님과 같은 table에 앉게 되었다. 식사는 양고기 스테이크 였고, 맛이 훌륭했다. 하지만 4일째 한국음식을 못 먹은 터라 김치와 매운 국물이 정말 그리웠다. 양교수님을 통해 Kumar교수님은 현재 인도에 2년째 머물고 있고 인도에서 높은 계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Kumar교수님은 채식주의자인 듯 스테이크가 아닌 야채들로 구성된 식사를 하였고, 나중에 후식으로 나온 것 또한 일반 사람들의 것과 달랐다. 이를 의아하게 생각하여 Kumar 교수님께서 물어보니 후식으로 나온 케익 위에 발려진 젤리에 고기 성분이 있어서 그것까지 고려했다는 식당측의 설명을 듣고 웃어 넘겼다. 중간에 Matthew G. Parker 교수님의 wife께서 Banquet에 참석하였는데 윤표형이 가서 인사를 했다. 그 분은 한국인이고 전에 호주에서 열린 ISIT때 윤표형과 면식이 있었다고 한다. Banquet이 끝나고 행사장 앞에서 바라본 베르겐 야경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인구 30만의 도시지만 밀집해있고 항구도시라 그런지 더 운치가 있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호텔로비에서 첫날 보았던 Daimi교수와 Comsys라는 회사에 다니면서 매3주마다 이러한 학회에 참석한다는 미국여성 D.D와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12시쯤 방으로 돌아가 수면모드로 들어갔다. 4일째쯤 되니 시차적응이 되는 것 같다.

-3월 18일
오전에 Invited talk로 V.J.Kumar교수, ‘Space-time Codes Achieving the Diversity-Multiplexing Gain Trade off'를 들었는데, 굉장히 빠른 영어 구사로 설명을 따라가기가 벅찼다. 도중에 양경철 교수님께서 우리 보다 하루 더 일찍 한국으로 떠나셨다. 오전 세션은 Coding Theory, 오후는 Discrete mathematics 관련된 논문 발표들이 있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근처에 아쿠아리움이라는 해양박물관 구경을 하였다. 오후세션에는 Bent function에 대해 Gregor Leander에 의해 2편의 논문 발표가 있었고 'Multivariate polynomial matrices using discrete convolution', 'on reconstruction of functions on the hypercube'등의 논문 발표가 뒤따랐고 이로써 WCC05의 공식적인 모든 일정이 끝났다. 저녁에는 중식당에서 완탕라면을 먹고 근처 쇼핑센터를 구경한 후 pub에 들어가서 맥주 한잔씩 마시고 숙소로 돌아왔다.

-3월 19일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아침은 전날 편의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Mr.Lee의 소고기맛 컵라면과 호텔에서 제공하는 과일로 때우고, 다시 짐을 꾸린 후에 12시에 베르겐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베르겐 공항에서 탑승을 하는데 캐리어와 등에 맨 가방 둘다 실을 수 없다기에 또다시 캐리어를 뺏기다시피 하였다. 다음 부터는 짐을 꼭 하나에 꾸려야 겠다는 생각이 절실히 들었다. 이번에는 네덜란드의 암스텔담 공항에서 transit을 하고 런던의 히드로공항에서 다시 한번 transit을 해서 가는 일정인데 암스텔담 공항에서 transit을 하는 시간이 45분가량으로 매우 짧을텐 데 짐을 찾을 생각을 하니 막막했다. 윤표형이 승무원에게 말해서 부탁을 했는데 착륙했을 때 같은 문제로 하소연하는 사람이 있었고 luggage를 운반하던 차량에서 곧바로 하나 끄집어서 올려준 것이 내 캐리어여서 운 좋게 찾을 수가 있었다. 다행히 예상비행시간보다 20분가량 먼저 도착해서 더 여유가 있었다. 암스텔담 공항에서는 거의 40분전에 탑승이 이루어졌고 검색이 엄격하게 이루어졌다. 아마 이라크전 이후로 반미, 반영국 테러리스트들에 대비하는게 아닐까...스칸디나비아항공을 이용했던 때와 달리 베르겐에서 암스텔담 그리고 암스텔담에서 히드로까지는 KLM항공사를 이용했는데 스칸디나비아 항공에 비해 서비스나 좌석공간면에서 더 편했던 것 같다. 히드로 공항에서 상당히 먼 거리를 이동해서 최종적으로 인천공항으로 같은 항공권을 발권 받은 후 신혼여행이나 패키지 관광을 온 한국인들이 몰려있는 게이트에 왔더니 처음에는 낯선 느낌이 들다가 금방 익숙해져서 고향에 온 느낌을 받았다.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 동행인끼리 앉고 싶다면서 한 사람이 자리 이동을 부탁하여서 통로쪽으로 이동하였는데 나에게는 장시간 비행에 화장실 가기도 편하고 해서 오히려 좋았다. 옆에는 일본인 노부부가 앉아있었는데, 스크린에서 뉴스가 나오는데 일주일간 한국을 떠난 있는 동안 독도분쟁이 심각해진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돌아올 때는 출발할때와 반대로 시간이 매우 빨리 가는 것을 느끼면서 돌아왔는데, 다시 원래 시차에 적응할 것을 생각하니 조금 걱정이 앞선다. 10시간여의 비행 끝에 인천공항 세관을 통과하면서 내 첫 번째 해외 여정이 끝났다. 아... 공항 문을 열자 마자 맡은 버스 매연 냄새와 분주하게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찌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이번 WCC05는 국제학술대회참가는 SETA04에 이어 2번째, 해외에 나간 것은 첫 번째이다. 항상 그렇듯이 학회에 참석하는 것은 경향을 파악하고 그 분야의 최고의 연구자들을 만나서 의견을 교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연구방향을 잡고, 연구할 소재를 찾아 종내에는 논문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한다. 이번 WCC05 내 자신의 공부 부족, 나태함, 열의 부족에 대한 반성과 함께 내안의 열의를 끌어올리는 자극제가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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