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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엽 교수의 잡글

[퍼온글] 애플컴퓨터 로고의 유래(?)

2006.02.09 21:19

송홍엽 조회 수:5805 추천:355

수학천재가 남긴 마지막 암호 ‘독사과’

이성규의 이야기가 있는 과학 이슈

백설공주가 다시 그 사과를 보게 될 줄은 정말 아무도 몰랐습니다. 컴퓨터에 새겨진 한 입 베어 먹은 자국이 선명한 사과 모양의 로고. 그것은 분명 왕비에게서 건네받아 멋모르고 먹다 떨어뜨린 자신의 독사과와 똑같은 모양이었어요.

백설공주는 몸서리를 쳤어요. 누가 이 끔찍한 사과를 여기다 새겨놓았을까. 혹시 못된 계모 왕비가 또 다른 음모를 꾸미는 건 아닐까.

하지만 안심하세요! 백설공주가 본 것은 단지 애플컴퓨터사의 로고일 뿐이니까요. 그럼 애플컴퓨터사는 왜 그런 로고를 사용하게 되었을까요. 탐스런 모양의 사과가 아니라 누군가 한 입 베어 먹다 남긴 사과를 상품 로고를 쓰다니 말이죠. 더구나 이처럼 백설공주의 가슴을 벌렁벌렁 뛰게 하면서까지 말이에요.



▲ 독일의 암호통신기 에니그마 ⓒ

거기에 얽힌 사연을 알기 위해선 제2차 세계대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그 당시 엄청난 전쟁을 준비하던 독일은 아무도 해독할 수 없는 암호생성기를 만들었습니다. 보안을 유지하는 암호의 사용은 전쟁에 있어서 승패를 가늠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에니그마(Enigma)라고 불린 그 암호생성기는 타자기와 비슷한 모양이었는데, 알파벳이 새겨진 원판 3개와 문자판으로 구성된 매우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자판 위의 문자키 하나를 누르면 나란히 놓인 3개의 원판이 회전하면서 매우 복잡한 체계에 의해 암호가 만들어지고, 그 경우의 수는 인간이 도저히 계산할 수 없을 만큼 많았어요.

독일군은 자신들이 만든 에니그마의 성능이 완벽해서 인간이라면 암호를 도저히 풀 수 없다고 자신했어요. 따라서 세계 각지로부터 보고되는 비밀문서 전송이나 군 작전 통신 등의 모든 분야에 에니그마를 이용했습니다.

하지만 독일군은 거기서 두 가지 사실을 간과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어요. 하나는 에니그마가 상대국가에 넘겨질 수 있다는 사실이었고, 다른 하나는 영국에 앨런 튜링과 같은 수학 천재가 있다는 점이었죠.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얼마 전, 영국 첩보원은 독일에 침공당한 폴란드의 첩보부로부터 에니그마와 그 작동법을 비밀리에 넘겨받게 됩니다. 영국은 이 암호기의 해독에 다가오는 전쟁의 승패가 달려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런던 근교의 비밀기지로 전 세계 제일의 암호 해독가들을 다 불러 모았어요. 거기엔 당대 최고의 수학자였던 앨런 튜링이 물론 포함되어 있었죠.



▲ 앨런 튜링 ⓒ

앨런 튜링을 비롯한 과학자들은 난공불락처럼 보이는 에니그마에도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어요. 그건 바로 에니그마를 통해 전송되는 문자가 결코 실제와 같은 알파벳이 될 수 없다는 점이었어요. 가령 'Q'자가 에니그마로 암호화될 때는 결코 알파벳의 'Q'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죠.

이런 약점을 간파한 앨런 튜링은 1940년 에니그마의 암호화 과정을 역추적할 수 있는 봄베(Bombe)라는 암호해독기를 개발합니다. 봄베란 이름은 자신과 비슷한 접근 방식을 먼저 시도했던 폴란드 과학자들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당시 유명한 폴란드제 아이스크림 상표명을 따서 붙인 이름이었어요.

봄베는 에니그마의 회전판을 흉내내 바퀴모양으로 만든 부품 한 세트를 부착해 암호작성과정을 본뜬 매우 정교한 기계였어요. 그것을 사용하던 튜링에게 하루는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봄베는 자료를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앞서 작업한 그 어떤 정보도 재창조하거나 재사용할 수 없었죠. 그럼 봄베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가능한 모든 결합의 경우를 기계에 저장했다가 도청한 에니그마 메시지와 비교할 수 있게 되겠지요.

튜링은 봄베를 개선해 새로운 암호해독기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연산 컴퓨터인 콜로서스(Colossus)였어요. 콜로서스는 높이가 3미터에 이르고 2천400개의 진공관과 800개의 전기 릴레이 장치를 이용해 거대한 덩치를 지니고 있었어요. 콜로서스는 초당 5천자의 암호문이 종이 테이프를 타고 천공되면서 에니그마의 암호와 일치할 때까지 비교하는 방식이었어요.

콜로서스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독일군의 암호를 속속 해독하는 것은 물론 나중에는 암호를 전송받는 독일군보다 해독이 더 빠를 정도였어요. 이를 통해 승리한 가장 좋은 예가 바로 그 유명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이었어요.

연합군은 콜로서스를 이용해 독일 잠수함에서 발사된 암호 전문을 해독함으로써 결정적인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즉, 독일군이 연합군의 유럽 상륙작전의 주요 목표를 노르망디가 아니라 ‘칼레’로 예상한다는 걸 알아냈던 거죠. 이처럼 적의 동태를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고 있었던 연합군은 독일군의 항복을 받아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 세계 최초의 연산 컴퓨터 콜로서스 ⓒ

그런데 콜로서스는 군 작전에서의 암호 해독이란 비밀스런 임무 때문에 세계 최초의 컴퓨터란 영예를 자신보다 2년여 늦게 태어난 에니악에게 양보하고 말았죠. 이런 사실은 1975년 영국 정부가 뒤늦게 밝힘으로써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앨런 튜링의 위대성은 무엇보다 프로그래밍이 가능한 컴퓨터의 수학적 원리를 제시한 데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백설공주의 독사과와 같은 컴퓨터 로고의 유래이기도 하구요.

튜링은 그의 나이 24살 때인 1936년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계산가능한 수에 관한 연구’라는 석사학위 논문을 발표하여 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 논문은 튜링머신에 관한 내용인데, 튜링머신이란 실제 기계가 아니라 수학 원리로 구성된 가상기계였죠.

현 시대의 컴퓨터는 못하는 일이 거의 없는 만능기계입니다. 웹 브라우저를 통해 전 세계의 정보를 가져올 수 있고 워드프로세서로 문서작성을 하며 동영상 재생, 게임 등 설치된 소프트웨어에 따라 어떤 작업이든 수행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컴퓨터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인 범용성입니다.

즉, 컴퓨터는 프로그래밍을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탄도미사일의 탄착 지점을 계산하거나 단백질의 화학 구조를 분석하고, 별자리의 이동경로도 알아내고 손상된 고대 건축물의 복원까지 사용자가 원하는 목적에 맞는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범용성을 컴퓨터에 부여한 최초의 개념이 바로 튜링머신이었습니다.

튜링은 수와 논리 정보를 O와 X, 혹은 0과 1의 함축된 기호로 분해하여, 이 최소의 단위를 하나의 기호와 하나의 명령으로 구성합니다. 이와 같은 다수의 기호와 명령을 튜링머신에 설정하는데, 튜링머신에는 수없이 나열된 네모칸과, 그 네모칸 안에 O와 X가 기입된 무한히 긴 테이프가 있습니다. 튜링머신이 테이프에 입력된 명령어를 읽어 들이면 각 네모칸마다 명령을 하나씩 수행할 수 있는 거죠.

이 튜링머신을 오늘날의 컴퓨터와 비교하면 테이프는 메모리, 네모칸은 메모리셀, 네모칸에 입력된 O와 X의 배열은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의해 처리되는 프로그램 명령과 데이터에 해당합니다. 즉, 튜링머신은 O와 X의 배열, 그리고 명령 세트에 따라 매번 다른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바로 현 컴퓨터의 프로그램과 같은 원리인데, 튜링은 콜로서스에서 튜링머신의 테이프에 해당하는 메모리를 갖게 해 0과 1을 이용한 데이터 처리 능력을 증명했던 거죠.

이런 아이디어는 앨런 튜링이 프린스턴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때의 지도교수였던 존 폰노이만에 의해 결실이 맺어져, 프로그램 내장 방식의 에드박(EDVAC) 개발로 현대 컴퓨터의 원형이 만들어지기에 이릅니다. 최초의 컴퓨터로 알려진 에니악만 해도 프로그램 없이 새로운 계산을 수행할 때마다 사람들이 복잡한 전선을 일일이 손으로 연결하여 계산을 위한 회로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럼 과연 현대 컴퓨터의 원리를 제시한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과 독사과 사이에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대개의 천재들이 그렇듯이 튜링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교사가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수학을 풀어 그의 고교시절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도 그의 괴짜 행동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꽃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방독면을 쓴 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가 하면, 자신의 찻잔을 훔치려는 거대한 음모가 있다며 외출시에는 머그잔을 라디에이터에 쇠사슬로 묶어놓곤 했죠.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인생을 파멸로 몰아넣었던 건 남자를 사랑하는 그의 동성애적 기질이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 당시엔 동성애자들을 대하는 사회 분위기가 아주 엄격했습니다.

앨런 튜링은 1952년 자신의 동성애자 파트너가 자신의 집에 도둑질한 것을 경찰에 신고하면서 동성애자임이 들통 나고 맙니다. 그는 결국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구금형 대신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주사를 맞게 됩니다.

에스트로겐 주사는 성욕을 없애는 일종의 화학적 거세였는데, 지속적인 여성 호르몬의 투입으로 튜링은 치명적인 신체 변화를 겪게 됩니다. 발기 불능과 중추신경계 손상…,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것은 나날이 부풀어 오르는 젖가슴이었습니다.

1954년 6월 7일 튜링은 마침내 결단을 내립니다. 치사량을 정확히 계산한 뒤 시안화칼륨(청산가리)을 사과에 주사합니다. 그 후 그는 집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고, 그의 옆에는 한 입 베어 먹다 남겨진 사과 한 개가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메모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습니다. “사회가 나를 여자로 변하도록 강요했으므로, 나는 순수한 여자가 할 만한 방식으로 죽음을 택한다.”

독일군의 암호를 완벽하게 풀어내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수학천재 튜링은 독사과를 먹는 자살 방식으로 과연 세상에 대해 무슨 메시지를 남기려 했던 걸까요. 착한 백설공주를 죽이려 한 계모 왕비 같은 세상을 원망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아담과 이브가 사과를 먹고 얻은 인간의 원죄에 대해 얘기하려 했던 것일까요.

그가 남긴 마지막 암호는 오늘날 한 컴퓨터 회사의 로고가 되어 풀 수 없는 수수께끼처럼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이성규 편집위원 yess01@hanmail.net
2005.08.2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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