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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엽 교수의 잡글

[펀글-조선일보] 대중적인 책 내면 ‘이단아’ 취급

2006.09.18 18:41

송홍엽 조회 수:3302 추천:315

대중적인 책 내면 ‘이단아’ 취급

[조선일보 2006-09-18 03:05]



위기의 인문학 살길은…
어린이용 역사책 부탁하자 “나를 어떻게 보고”
“업적을 대중과 공유하려는 열린태도 가져야”


[조선일보 이한수기자, 유석재기자]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은 벌써 10년 됐다. 대학의 인문학 관련 학과와 학생 수가 해마다 10%씩 급감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문·사·철 분야의 폐강·폐과는 이제 뉴스도 아니다. 지난 15일 고려대 문과대 교수들의 ‘인문학 (위기)선언’, 그리고 오는 26일에 있을 전국 80여개 대학의 ‘인문학 성명’ 등은 벼랑 끝 절규다. 그런데도 ‘위기’라는 말만 반복될 뿐 인문학을 살리는 논의가 보이지 않는다. 길은 없을까.

서울대 출신으로 대학에서 강사를 하고 있는 동양사학 전공의 M씨는 일간지에 서평을 썼다가 지도교수로부터 “그런 짓을 하면 대학에 자리를 잡기 어렵다”는 충고를 들었다. M씨는 “진지하게 공부하라는 뜻으로 이해했지만 대중적인 작업을 경원시하는 학계의 풍조에 기가 질렸다”고 말했다. 인문사회 학술서를 주로 내던 P출판사는 최근 역사학과 B교수에게 어린이용 역사책을 써달라고 제안했다가 “도대체 나를 어떻게 보고 그런 책을 쓰라고 하느냐”는 대답을 들었다.


‘인문학의 위기’는 대중과의 소통을 무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상아탑에 갇혀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안대회 명지대 교수(한문학)는 “과거에는 양주동 선생처럼 학문적으로 대단한 분들이 대중들에게도 최고의 논객으로 통했다. 60~70년대부터 인문학이 대중과 멀어지면서 위기를 불러오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도 최근 박제가의 여성 편력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가 “이게 무슨 한문학이냐”는 질책을 들었다고 했다.


대중서를 내면 학계에선 ‘매장’되는 풍토다. 이 때문에 ‘베스트셀러’ 대부분은 교수 출신이 아닌 ‘재야 학자’가 쓰는 기현상도 일상화됐다. 교보문고 2006년 상반기 인문과학 베스트셀러 20권 중에서 현직 국내 대학교수인 인문학자가 쓴 책은 ‘글쓰기의 전략’(정희모 등·연세대), ‘미쳐야 미친다’(정민·한양대) 등 단 두 권뿐이다.


숭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덕일씨는 역사학 분야에서 베스트셀러를 내고 있지만 그의 책은 학계에서 거의 인용되지 않는다. 이씨는 “그런 경직성이 대학의 위기, 인문학의 위기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민속학자인 주강현씨도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대학 사회를 성토했다. “교수 채용 때 실력보다는 ‘끼리끼리 나눠먹기 식’이 문제입니다. 인문학의 위기가 아니라 공부하지 않는 인문학자의 위기죠.”


물론 지나친 학문 대중화는 또 다른 위기를 부를 수 있다. 고운기 연세대 연구교수(국문학)는 “인문학은 근본적으로 대중과 소통하기 어려운 기초 학문이다. 학문의 대중화를 강조하면 오히려 더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적 연구와 대중적 전파 작업은 인문학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양 날개다. 조규익 숭실대 교수(국문학)는 “학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업적을 대중과 공유하려는 열린 태도를 가질 때 인문학의 위기는 극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수기자 hslee@chosun.com )

(유석재기자 [ karm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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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글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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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다못해... 기사의 오류 지적합니다. 조회 66추천 22006/09/18 09:12


vmfkdnffj IP 121.130.xxx.2
1) 위 기사는 마치 상아탑에 갇혀있는 학자들은 재야학자들에 비해 공부를 안한다는 식의 뉘앙스를 강하게 풍긴다. 그러나 실상은 그 반대이다. 제도권 학자들, 그리고 그 밑의 도제들, 공부 살벌하게 한다. 우리나라 인문학자들처럼 공부 많이 하는 사람들 정말 없다. 밥먹고 연구만 한다.

2) 대중서적 중에서 제도권 학자가 쓴 책이 적은 이유를, 마치 제도권 학자들은 "연구업적을 대중들과 공유하지 않으려" 들기 때문인 것으로 잘못 오도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제도권 학자들이 대중서적을 쓰지 않은 이유는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사실 인문학 이론의 99% 이상은 "논쟁 진행중"인 이슈들이다. 그 중에서 비전공자들에게 자신있게 오류없이 소개할 수 있는 내용은 1%도 안된다. 그걸 가지고 책을 쓰라니 갑갑한 것이다.

3) 마치 재야학자들이 쓴 대중서를 제도권 학자들이 비판하는 이유를, 상아탑의 권위주의 때문인 것처럼 써 놓았는데,... 제도권 학자들이 대중서를 비판하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틀린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 베스트셀러를 때리고 있는 인문학 관련, 특히 역사나 철학 분야의 교양서적들의 내용은 온통 틀린 내용 투성이이다. 제도권 논쟁의 장점 중 하나는 틀린 내용을 책이나 논문으로 발표하면 단박에 다른 학자들로부터 태클이 들어오는 자정능력에 있다. 그러나 대중서적은 그렇지 않다. 재야학자가 틀린 내용을 버젓이 책으로 찍어내어도, 대중들은 그걸 걸러내지 못한다. 그래서 잘못된 내용이 계속 확대재생산되는 재앙을 낳는다. 학자들이 대중서적 집필에 맛들이지(?) 말라고 경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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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의견 4개


hysong8833
정확한 판단이라 여기며, 강력히 추천합니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인기몰이식 정당성은 학계에서 인정되어서는 안됩니다..
09/18 09:32:09(24.141.xxx.87)

hysong8833
대중적 지지를 얻는 것과 논리의 오류없이 정확한 사실과 해석에 근거한 것인지는 대개 별개이기 때문입니다... 대중적 지지를 얻는것이 나쁘다는 건 아닙니다. 때로 대중들에 대한 교육적 효과와 인문학의 대중화에 기여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대중적 창작활동이 학계의 결과물(논문)과 혼동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대중서적 집필에 시간을 빼앗기지 말기를 권고하는 심정이 이해가 가는 것입니다...
09/18 09:36:46(24.141.xxx.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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