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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엽 교수의 잡글

[퍼온글] FM방식 개발한 암스트롱

2008.09.24 06:17

송홍엽 조회 수:4042 추천:417

자살한 과학자들 (3) - 무선기술의 선구자 암스트롱

  



                                                                                                                - 최 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

  

현대 전자공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인류는 많은 문명의 이기들을 누리고 있다. 그중에서도, ‘무선’기술은 오늘날에도 급속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라디오, TV 등의 방송기술에서부터 휴대전화, PCS와 같은 무선통신기기 등, 기존의 ‘유선’기술에 의존했던 많은 부분들이 무선으로 대체되어 간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이다.

무선기술을 최초로 실용화하는데에 성공한 인물로는, 무선전신의 발명자로 잘 알려진 마르코니(Gugliemo Marconi; 1874-1937)를 들 수 있다. 그 공로로 그는 190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 무전기, 라디오, TV 등이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길을 열였다.

그러나, 이것은 마르코니 혼자만의 공로는 아닐 것이다. 그에 앞서서 맥스웰(James C. Maxwell; 1831-1879)과 헤르츠(Heinrich Hertz; 1857-1894)는 '전자기파'의 존재를 수식으로 예견하고 이를 실험적으로 확인하였고, 더 거슬러 올라 가자면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는 전자기유도등 많은 전기적 현상들을 발견, 입증하고 전기력선 등의 개념을 도입한 바 있었다. 여러 물리학자들의 이론적, 실험적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오늘날과 같은 '무선시대'의 서막을 열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기반 위에서, 무선기술에 관련된 여러 발명품들을 창안하고 실용화하는데에 공헌한 전기공학자, 기술자들도 많으나 그중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의 하나가 미국의 발명가 암스트롱(Edwin H. Amstrong; 1890-1954)이다. 그는 무선기술의 발전에 획기적인 업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사업화와 관련된 경쟁에서 밀려나자 스스로 목숨을 끊고만 불우한 인물이기도 했다.

무선으로 음성을 보내는 기술, 즉 라디오 방송의 선구자로는 한때 에디슨의 조수로 일한 바 있는 페슨던(Reginald Fessenden, 1866-1932)을 들 수 있다. 그는 무선전신을 이용하여 전파에 음성을 실어 멀리 보내는데 성공하였고, 무선방송, 통신의 본격적인 사업화를 꾀하기도 하였다. 그가 사용한 무선방송방식은 AM(Amplitude Modulation), 즉 진폭변조방식이었다.

트랜지스터와 고집적 회로 등이 눈부시게 발달한 오늘날에는 진공관이 실제로 사용되는 경우는 별로 없겠지만, 진공관의 발명은 전자공학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아울러 무선기술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기존의 2극진공관에 또 하나의 극을 추가한 3극진공관은 1906년 드포레스트((Lee de Forest; 1873-1961)에 의해 발명되었지만 그는 이것을 증폭용으로 이용하지는 않았다. 당시 전화사업을 확장시켜 나아 가던 미국의 벨 전화회사(AT&T)는 이 특허를 구입하여 전화기의 음성을 증폭시켜서 더욱 먼거리에서도 통화가 가능토록 하는 증폭관으로 응용하였다. 당시에 ‘오디온(Audion)’이라는 상표명으로 널리 통용된 것이 바로 이 3극진공관이었다.



1890년 미국 뉴욕 태생의 암스트롱은 콜롬비아 대학 재학시절부터 스승 푸핀(Michael Pupin; 1858-1935)교수의 지도 아래 무선기술 등을 연구하였고, 3극진공관의 여러 기능에 대해서도 깊이있게 검토하였다. 그는 이 과정에서 오늘날 전기회로기술에 있어서 매우 폭넓게 응용되는 중요한 발명을 이루어 내었는데, 출력부의 신호를 다시 입력부로 되돌려서 증폭시키는 ‘피드백회로((Feedback circuit)’가 바로 그것이다. 암스트롱의 피드백회로가 라디오 방송기술 등 무선기술의 발전에 크게 공헌하자 미국 무선공학자협회에서는 발명자인 그의 공로를 기리는 의미에서 기념메달을 수여하기도 하였다.

1935년, 푸핀의 후임으로 콜롬비아대학 전기공학 교수로 재직하게 된 암스트롱은 그 무렵 무선기술의 발전에 획기적인 공헌을 한 또 하나의 독창적인 발명을 이루어 내었는데, 기존의 진폭변조(AM) 대신에, 주파수변조(FM)를 택하여 노이즈 등을 줄이고 감도를 높이는 새로운 라디오 방송 방식을 창안해 낸 것이다.

이러한 FM(Frequency Modulation)방식은 지금도 음악방송 등의 스테레오 라디오 방송에 그대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암스트롱은 전기기술에 관한 탁월한 능력과 뛰어난 업적에도 불구하고 사업화의 과정에서는 그다지 운이 따르지 못했고, 패배의 쓴잔을 여러번 마셔야 했다. 어찌보면, ‘엔지니어’로서의 자존심에 집착한 그가 무모하게 싸움을 거듭한 댓가일 수도 있겠고, 사업자들의 생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한번은 피드백회로기술을 둘러싸고 3극진공관의 발명자인 드포레스트와 특허분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는 특허권에 따른 경제적 이익보다는 ‘피드백회로의 창시자’라는 명예를 더 중시하여 먼저 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지리한 분쟁 끝에 미국의 대법원은 암스트롱의 독창성을 중시하면서도 그와 비슷한 생각이 드포레스트 등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도 착상되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하여 암스트롱은 너무도 분개한 나머지, 피드백회로 발명의 공로로 미국 무선공학자협회로부터 받은 기념메달까지 반납해 버렸다고 한다.

또한, 그가 창안한 FM 방송도 기술적으로 뛰어난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대형 방송사로부터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했다. 왜냐하면, RCA(Radio Corporation of America; 미국 라디오회사)와 같은 당시 미국 최대의 방송관련 제조회사는 이미 AM방식으로 대규모 투자를 해 놓은 상태였으므로, 굳이 새로운 방식으로 인하여 손해보는 것을 꺼려했기 때문이다. 암스트롱은 RCA에 대항하여 독자적으로 새로운 FM 방송망을 이루려 노력하였고, 여러 군소 방송사들에 의해 FM 방송도 서서히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RCA와 암스트롱은 드디어 숙명적인 ‘한판승부’를 벌이게 되었는데, 어느 쪽이 더 많은 주파수대역을 차지하는가 하는 싸움에서 승부는 판가름나게 되어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 민생용 텔레비전 방송의 확장에 주력해 오던 RCA는 텔레비전 방송을 위한 좋은 주파수대역을 차지하려 하였고, 암스트롱측은 FM방송을 위한 더 많은 주파수대역을 얻어 내려 애썼다. 그러나, ‘심판관’인 미국 연방통신 위원회(FCC)는 결국 RCA의 손을 들어 주었고, FM 주파수 대역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예전의 FM 대역을 텔레비전 방송이 사용하도록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하여 종래의 FM 방송관련 장비, 시설들이 일순간에 고철덩어리로 돌변하였고, 암스트롱은 치명적인 패배를 당하게 된 것이었다. 그는 다시 RCA와 그 소유방송사인 NBC(National Broadcasting Company)를 상대로 하여, 이들이 자신의 FM 방송관련 특허를 침해하였다는 소송을 냈으나, RCA와 같은 거대기업에 단신으로 맞서 싸운다는 것은 너무도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다시 오랜 시간을 끈 소송과정에서 그는 심신이 몹시 지치게 되었고 경제적으로도 거의 파산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1954년 암스트롱은 자신이 살던 아파트의 10층 창문에서 투신자살하여 영욕이 교차했던 일생에 스스로 종지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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