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4.26 10:57
꽁꽁별 명왕성에 꽁꽁 숨겨진 비밀
하지만 이곳 꽁꽁별의 하늘에는 볼 만한 구경거리가 하나 있다. 밤이 되면 지구의 달보다 5배 정도나 더 큰 달이 두둥실 떠오른다. 보름달일 때도 지구의 반달 정도의 밝기밖에 안되지만, 달의 차고 기우는 속도가 매우 빨라 1주일에 한 번은 보름달을 볼 수 있다. 또 그 달 주위에는 아주 작은 달이 2개나 더 떠 있다. 동화 속의 꽁꽁별처럼 신비로운 이곳은 도대체 어디일까. 이 별의 이름은 플루토, 즉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저승의 신 하데스에서 유래했다. 맞다. 태양계의 아홉 번째 막내 행성인 명왕성이 바로 이곳이다. 그리고 명왕성의 하늘 위로 떠오르는 달은 지옥의 강에서 배로 영혼을 건네주어 플루토에게 심판받게 하는 신화 속의 사공인 ‘카론(Charon)’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꽁꽁별 명왕성이 인간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린 것은 불과 76년 전의 일이다. 지난 1930년 2월 18일, 미국 애리조나주의 로웰천문대에서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던 아마추어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는 탄성을 내질렀다.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행성 X의 작고 어두운 얼룩을 마침내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태양계의 아홉 번째 행성인 명왕성을 톰보가 이처럼 끈질기게 추적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해왕성의 발견은 천왕성의 불규칙한 운동이 빌미가 되었는데, 그를 감안하고도 천왕성의 궤도에는 여전히 설명할 수 없는 불규칙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또 뒤에 발견된 해왕성의 궤도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관측되자, 퍼시벌 로웰과 월리엄 피커링은 그 원인으로 해왕성 바깥 궤도에 새로운 행성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새 행성의 위치를 계산하는 한편 망원경으로 추적에 나섰다. 그 후 로웰의 뒤를 이어 이 일을 계속한 이가 바로 톰보였다. 톰보는 태양이 지나가는 길인 황도를 따라서 2~3일 간격으로 같은 곳의 하늘 사진을 연속적으로 찍어나갔다. 그러고는 점멸비교계라는 기계로 같은 장소에서 움직인 별이 있는지 조사하다가 마침내 15등급의 어둡고 작은 명왕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명왕성의 중력이 너무 작아서 천왕성이나 해왕성의 궤도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로부터 76년이 흐른 2006년 1월 19일 오후 2시(현지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에서는 ‘아틀라스 5’ 로켓이 발사되었다. 그 안에는 높이 2.1m, 무게 474.3kg의 그랜드피아노만한 탐사선 뉴 호라이즌스호가 실려 있었다.
그럼 뉴 호라이즌스호는 무엇 때문에 그렇고 멀고도 긴 여행에 나서게 된 것일까. 태양계의 행성 중 가장 늦게 발견된 명왕성에는 아직도 인류가 밝혀내지 못한 신비가 꽁꽁 숨겨져 있다. 제일 큰 문제는 과연 명왕성이 행성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다. 톰보의 발견 당시만 해도 명왕성은 아무 문제없이 아홉 번째 행성으로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명왕성은 기존의 행성과는 매우 다른 태생적 차이점을 갖고 있다. 우선 다른 행성에 비해 매우 작다는 점이다. 명왕성은 지름 2,300km 정도인데, 이는 가장 작은 행성인 수성(4,878km)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위성과 비교해도 목성의 위성인 가니메데(5,262km), 칼리스토(4,800km), 이오(3,630km), 유로파(3,138km),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5,150km), 지구의 위성인 달(3,475km), 해왕성의 위성인 트리톤(2,735km)보다도 작다.
또 명왕성의 공전궤도는 이심률이 매우 커서 태양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때는 44억4천만km, 가장 먼 때는 73억9천만km나 멀어지는 타원형의 궤도이다. 이 때문에 명왕성은 해왕성보다 28억km 이상 먼 궤도를 돌다가도 어떤 때는 해왕성보다 더 안쪽의 궤도를 돈다. 명왕성의 공전주기 248년 가운데 약 20년 정도는 이처럼 해왕성의 안쪽 궤도에 머무른다. 바로 1979년부터 1999년까지의 지난 20년간이 그런 시기였다. 따라서 명왕성은 크기나 질량, 궤도 등을 감안할 때 행성이라기보다 커다란 소행성 또는 행성의 인력권에서 벗어난 위성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일부 과학자들은 오래 전에 아주 큰 행성이 해왕성을 스쳐 지나가면서 해왕성의 위성이던 명왕성을 떼어내서 태양을 돌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최근 컴퓨터 모의실험을 통해 지구보다 3배 정도 무거운 행성이 4개로 이루어진 가상의 원시해왕성 위성계로 뛰어들면, 그 위성 가운데 하나는 섭동력을 받아 명왕성과 같은 궤도로 떨어져 나간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또 다른 학자들은 명왕성이 본래 태양계의 일원이 아니었는데 어떤 이유로 태양계에 끌려 들어왔을 거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명왕성의 특성이 행성에 더 가깝다고 여전히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소행성이나 혜성의 불규칙한 형태보다 명왕성은 다른 행성들처럼 매우 둥근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더불어 1978년에는 명왕성도 위성을 거느리고 있음이 밝혀졌다. 명왕성으로부터 불과 1만9,600km 떨어진 곳에서 6.39일을 주기로 명왕성 주위를 공전하는 카론의 존재가 확인된 것이다. 또 2005년에는 명왕성을 도는 지름 45~160km 가량의 작은 위성 두 개가 추가로 발견됐다. 하지만 P1, P2라는 임시 이름으로 불리는 이 위성들의 존재가 국제천문학연맹의 공인을 받는다 해도 명왕성의 행성 지위가 확고해지는 것은 아니다. 명왕성이 속한 카이퍼 벨트에는 소행성들도 그 주위를 도는 위성들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카이퍼 벨트란 30AU(1AU=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 약 1억5천만km)에서 100AU 거리에 걸쳐 있는 해왕성 밖의 원반 모양의 천체 모임으로 행성 형성의 잔재인 수천만 개의 얼음핵이 모여 있는 곳이다. 따라서 명왕성이 카이퍼 벨트에서 가장 큰 물체일 뿐이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또 명왕성의 절반 정도 크기(지름 1186km)인 카론은 작은 모성의 위성치고는 너무 크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때문에 명왕성과 카론은 행성과 위성이 아닌 ‘이중 행성’이라는 시각도 있다. 해왕성의 위성이던 명왕성이 궤도에서 떨어져 나올 때 큰 행성의 인력으로 두 조각이 나면서 명왕성과 카론으로 갈라졌다고 보는 것이다.
또 2004년 발견된 ‘제나(2003 UB313)’라는 천체는 위성을 거느리고 명왕성보다 더 큰 지름(약 3,000km)을 가지고 있어 다시 한 번 10번째 행성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제나는 현재 태양으로부터 140억km나 떨어져 있는데, 가까워질 때는 50억km까지 다가오는 공전주기 560년의 타원형 궤도를 돌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10번째 행성 후보가 발견될 때마다 명왕성의 행성 지위도 함께 위협받아 왔다. 이번에 발사된 뉴 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에 도착하는 2015년경에는 그런 논란에 대한 많은 의문이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뉴 호라이즌스호는 명왕성과 카론은 물론 최근에 발견된 2개의 위성까지 탐사할 예정이다. 또 명왕성 탐사가 끝난 뒤에는 태양계의 기원 물질로 추정되는 카이퍼 벨트를 향해 떠나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이 지역을 탐사하게 된다. 한편 지난 1977년에 발사되어 태양계의 끝자락을 향해 항해를 계속하고 있는 보이저 1호도 2015년경이면 태양계와 우주의 경계선인 태양경계면을 통과할 예정이다. 앞으로 9년 후, 태양계의 끝에서 들려올 신비로운 우주의 소식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이성규 편집위원 yess01@hanmail.net | |||||||
2006.02.07 ⓒScience Tim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