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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엽 교수의 잡글

전화기의 최초 발명자는?



                                                                                 - 최 성우 -

"전화기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은 누구인가?" 라고 묻는다면, 여러분은 으레 알
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 1847-1922)을 떠올릴 것이다. 또
한 비슷한 시기에 에리셔 그레이(Elisha Gray; 1835-1901)라는 발명가도 전화기
발명에 성공했으나, 불과 한 두 시간 차이로 벨보다 특허출원이 뒤늦어서 '안타
까운 2등'으로 역사에 기록되었다는 얘기는, 몇 년 전 국내의 광고에도 원용되었
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위의 이야기들은 그다지 정확한 사실이 아니다. 그간 '최
초 발명의 인물'이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 경우도 많다는  
사실은 앞장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그런데, 전화기의 최초 발명자 역시 이 경우
에 속한다. 독일의 공업학교 선생으로 일하면서 전화기를 개발했던 필립 라이스
(Johann Phillip Reis; 1834-1874)야말로 최초 발명자로 기록되어야 옳다. '소리를
멀리 전달하는 장치'라는 뜻의 'telephone'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쓴 사람도 바로
필립 라이스이다.  

19세기는 물리학의 분야 중에서도 '전자기학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전기 및 자기현상, 전류의 특성, 모터 및 발전기 등에 대하여 많은 연구성과들이
나왔고, 패러데이 등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이 노력한 결과 전자기현상의 본질에
대하여 더욱 깊은 이해가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소리는 공기의 진동에 의해서
전달된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었으므로, 그 진동을 전류의 강약으로 바꿀 수 있
다면, 소리를 멀리 보낼 수 있으리라는 예측도 가능하게 되었다.
이것에 바탕하여, 처음으로 전화기를 만든 사람이 필립 라이스인데, 독일의 겔
른 하우젠에서 빵집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 고아가 되었다. 어렵게 고등학
교를  졸업한 그는 기능공 수업을 받고 여러 직장을 떠돌다가 각고의 노력 끝에
원하던 공업학교의 선생이 될 수 있었다. 낮에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한편, 밤에는 전화기의 발명을 위해 애썼는데, 그가 주로 이용한 도구는 맥주통
마개, 돼지오줌보, 스프링과 바이올린 등의 여러가지 헌 물건들이었다.
맥주통 마개를 사람의 귀모양으로 깎은 후, 돼지 오줌보를 붙이고 스프링을 연
결하여 '송화기'를 제작한 후, 전자석에 바이올린을 연결하여 '수화기'를 만들어
서, 1860년에 최초의 전화기 실험에 성공하였다. 그의 '전화기'는 구조도 조악하
고, 모양도 괴상하기 짝이 없었으나, 아무튼 '소리를 전달하는 신기한 장치'로 소
문이 나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라이스는 자신의 전화를 좀 더 개량하
는 한편,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이것의 실용화에도 뜻을 두게 되었다. 그러나, 전
화기의 실용적인 보급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라이스는 1861년 10월, 프랑크푸르트의 과학자 모임에서 자신의 발명품을 선보
였으나, 다들 전화기를 '흥미로운 장난감' 으로 취급했을 뿐, 어느 누구도 실용적
인 이용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라이스는 전화기를 거듭 개량하여 판매에 힘
쓰는 등, 전화기의 보급에 백방으로 힘썼으나, 그의 모든 노력도 헛되이 전화기
는 그의 생전에는 끝내 실용화되지 못했다. 가난과 실망에 지친 라이스는 폐결
핵을 앓게 되었고, 결국 1874년 1월 쓸쓸히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선구적인 발
명가 한 사람이 불행히도 자신의 '때'를 만나지 못하고 사라지고 만 것이다.

훗날, 미국인 그레이엄 벨이 다시 전화기를 발명하여 특허를 취득하고, 회사를
설립하여 전화기의 실용적인 보급에 크게 성공하자, 독일의 라이스의 고향사람
들은 그때서야 크게 흥분하고 안타까워 했다고 한다. 그들은 "필립 라이스가 벨
이나 그레이보다 훨씬 앞서서 전화기를 발명하였다." 라고 주장하는 한편, 라이
스의 묘소에 '전화기의 참된 발명자 - 필립 라이스'라는 비석을 세우고 그를 추
모하였으나, 이미 저 세상 사람인 라이스는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





  '한 시간 차 특허'의 진상  

                                                                                      - 최 성우 -


독일의 필립 라이스가 전화기를 처음으로 발명하고도, 실용화에 성공하지 못하
고 죽은 지 얼마 안되서, 미국에서는 벨(Alexander Graham Bell; 1847-1922)과
그레이(Elisha Gray; 1835-1901)라는 두 명의 발명가가 거의 같은 시기에 전화기
의 발명에 성공하였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화기의 최초 발명자'로 알고 있는 벨은 1847년 영
국 에든버러의 유명한 음성학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음성학자이면서 농아들에게 말을 가르치는 교육자였고, 특히 아버지는 눈으로
보고 이야기하는 방법인 '시화법'을 창안해서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학자였다.
벨은 영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집안의 전통을 따라 음성학
을 연구하였고, 보스턴 대학의 음성생리학 교수로 일하면서 농아학교를 운영하
기도 하였다. 벨이 전화를 발명하게된 동기도 역시 농아들에게 발성법을 더 잘
가르치려 한 과정에서 생긴 것이었는데, 공기의 진동을 눈에 보이게 하는 장치
를 만들어 소리의 구조를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다면, 농아들의 교육에 더욱 효
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전류를 이용하여 소리를 재생시키는 방법을 연구
한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소리를 전기로 바꾸어 멀리 전달할 수도 있겠다는
점에 착안하여 전화의 발명에 착수하게 되었다.
벨은 기계 제작이나 전기학에는 '아마추어' 수준이었으나 토머스 와트슨
(Thomas A. Watson)이라는 뛰어난 조수의 도움을 얻어 전화발명에 필요한 모
형제작과 실험 등을 할 수 있었다. 또한, 당시 미국의 저명한 전기학자 헨리
(Joseph Henry; 1797-1878)로부터 조언도 얻고, 자신이 경영하는 농아학교 학생
들의 학부형 중 두 명이 연구비를 지원해 주는 등, 벨은 발명가로서 여러 가지
로 운이 따랐다고도 할 수 있다.  벨은 자신의 재정적 후원자였던 허버드의 딸
이자, 자신의 학생이었던 농아처녀 메이블 허버드와 나중에 결혼까지 하게 된다.
벨과 와트슨은 1875년부터 본격적으로 전화기의 발명에 몰두하였는데, 각고의
노력과 개량을 거듭한 끝에 1876년 초에 드디어 전화기를 완성하였다. 두 사람
이 개발한 전화기의 방식은, 전자석과 철판을 장치하여 음파의 진동이 전자기유
도를 일으켜서 전류를 발생시키고, 수신기쪽은 반대의 경로를 밟아서 전류를 소
리로 바꾸도록 함으로써 사람의 음성을 전달할 수 있게 한 것이었다.
벨은 1876년 2월14일 미국 특허청에 전화기의 특허를 출원하였는게, 공교롭게
도 같은 날 그레이라는 발명가 역시 전화기의 특허를 출원하였다. 벨 측의 특허
출원이 한 두 시간 가량 빨랐고, 결국 벨이 정식으로 전화기의 특허를 획득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이 '간발의 차이' 때문에 벨은
대성공을 거두고, 그레이는 '안타까운 2등'으로 분루를 삼켰다고 보는 것은 큰
무리이다. 벨이 전화의 사업화 과정에서 성공을 거둔 진짜 이유는, 단순히 특허
를 먼저 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전화의 실용성'에 대하여 상대방보다
더 큰 관심과 확신을 갖고서 전화기를 꾸준히 개량하고 전화사업을 발전시켜 나
아간 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벨과 비슷한 시기에 독자적으로 전화기를 발명한 그레이는 1835년 미국 오하이
오주의 한 농촌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고학으로 공부를 하
였고,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후 전자기학 분야에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
결과, 이 방면의 유능한 발명가로서 이름을 날리게 되었다. 그레이가 발명한 전
화기 역시 벨의 방식과 비슷하였는데, 그레이는 전자기학 분야의 전문가였기에
벨의 전화기보다 성능면에서 우수했다고 한다.
그레이가 독자적으로 전화를 개발하고도, 전화발명과 이후 사업화 과정에서 벨
에게 주도권을 넘겨 주고 만 것은, '한 두 시간 차이의 불운'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레이 및 그와 관련된 회사가 '전화의 실용 가능성'에 대하여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전화기를 그저 '사람의 말을 전달하는 흥미있는 장난감' 정도로 보았기 때
문이다.
'전신의 발명자'인 모르스(Samuel F. B. Morse; 1791-1872)가 1857년에 창업한
웨스턴 유니온 전신회사는 당시 미국의 전신사업을 독점하면서 크게 번창하고
있었는데, 이 회사의 관계자들은 그레이가 전화쪽보다는 다중전신 등 자신들의
회사와 직접 관련된 분야의 개발을 해줄 것을 더 원하였고, 그레이 스스로도 전
화의 실용화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전화라는 것은 통신수단이 되기에는 결점
이 너무 많다. 이 기구는 우리에게 별 가치가 없다." 라고 한 웨스턴 유니온 회
사 고위관계자의 말이 과학기술의 발전에 관련된 '역사적 유머'(?)가 되어 버린
것을 보더라도, 당시의 상황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벨은 이와는 반대로 '전화의 실용화'에 대하여 확신을 가지고서, 자신의
전화를 더욱 개량, 발전시켜 나아갔다. 1876년 6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미국독
립 100주년 기념 박람회에 그레이와 함께 자신의 전화를 선보인 벨은, 그곳에서
뜻밖의 행운의 인물을 만나게 되었다. 예전에 자신의 농아학교를 견학하여 안면
이 있었던 브라질 황제가 박람회장에 찾아온 것이었다. '사람의 말을 전달하는
장치'인 벨의 전화기에 브라질 황제가 큰 흥미를 표한 것을 계기로, 전화기는 박
람회장에서 대단한 인기를 모으게 되었고, 이에 고무된 벨은 협력자들과 함께
벨 전화회사를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전화사업에 나서게 되었다.
전화를 실용적으로 보급시키려는 벨의 노력이 차츰 성공을 거두게 되어, 전화
는 장난감이 아닌 새로운 통신수단으로서 서서히 자리를 잡게 되자, 예전에 전
화의 실용성을 낮게 평가해 온 웨스턴 유니온 회사 역시 전화사업에 눈독을 들
이게 되었다. 웨스턴 유니온 회사는 그레이의 전화 관련 특허를 사들인 상태였
으므로, 벨 전화회사와 웨스턴 유니온 회사는 전화사업을 둘러 싸고 격렬한 특
허분쟁을 벌이게 되었다. 오랜 시간을 끈 소송 끝에 두 회사는 화해하여, 웨스턴
유니온 회사는 전화사업을 포기하는 대신에 벨 회사가 전화로 얻는 이익의 일부
를 나눠 갖고, 벨 회사는 전신사업에 손대지 않기로 합의하였다.

이후에 벨 회사는 미국의 전화사업을 독점적으로 주도할 수 있게 되었고, 벨
회사는 전화기의 개량에 계속 힘쓰는 한편,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탁월한 수완을
발휘하였다. 발명왕 에디슨(Thomas Edison; 1847-1931)이 1878년에 탄소알갱이
를 이용한 송화기를 개발하여 특허를 취득하였는데, 벨 전화의 송화기보다 훨씬
우수한 성능을 지니고 있었다. 벨 회사는 즉시 에디슨의 특허를 사들여서, 에디
슨의 송화기와 벨의 수화기를 결합하여 더욱 성능 좋은 전화기를 제작할 수 있
었고, 그 후로도 전화에 관한 우수한 특허가 나오면 곧 매입하여 전화사업의 발
전에 이용함으로써, 벨 회사의 독점적 지위는 더욱 굳건해졌다.  
벨 전화회사의 새 이름인 AT&T사는 오늘날에도 미국의 통신산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 루슨트 테크놀로지(Lucent Technology)사로 분리되어 나온 벨 연
구실(Bell Lab.)에는 수많은 우수한 과학기술자들이 모여들어, 통신분야 뿐 아니
라 다른 전기, 전자 분야에서도 중요한 신발명품들을 끊임없이 개발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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